‘가자 언론인 추모곡’ 연주한 피아니스트···멜버른 심포니, 협연 취소 논란
호주의 클래식 악단이 가자지구에서 희생된 언론인들을 추모하는 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을 취소해 거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활동하는 호주 피아니스트 제이슨 길험(38)은 지난 11일 호주 멜버른 이와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자신의 리사이틀에서 호주 작곡가 코너 드네토가 작곡한 ‘목격자(Witness)’를 초연했다. 이 곡은 드네토가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을 추모하며 그들에게 헌정한 곡이다.
길험은 연주 전 관객들에게 이 곡을 소개하며 “지난 10개월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 100명 이상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됐고, 언론인 살해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자들이) 전쟁 범죄를 기록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이 공연 다음날 공연장 상주단체인 멜버른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예정됐던 길험과의 협연을 취소하며 불거졌다. 이 악단은 불과 사흘 후로 예정돼 있던 연주회에서 길험을 제외시키고 공연 프로그램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서 베토벤 교향곡으로 변경했다.
악단은 길험이 리사이틀에서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며 이는 “허가 받지 않은 발언”이라고 협연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후 호주 문화계는 물론 클래식 관객들로부터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예술가들은 악단의 조치를 비판하며 예정된 협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악단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멜버른심포니는 협연 취소가 잘못된 조치였다고 인정하며 한 발 물러섰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예정됐던 베토벤 공연도 취소됐다. 멜버른심포니는 악단 경영 이사인 소피 갈라이즈가 사퇴했으며 호주 문화부에 이번 사태에 대한 외부 조사를 의뢰했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최근 이사진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험은 남은 호주 투어 기간 ‘목격자’를 계속 연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월 영국 맨체스터 대성당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아동을 돕기 위한 기금 모금 콘서트에 참여하는 등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악은 세상을 구할 수 없지만, 우리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지 상기시킬 수는 있다”면서 “모든 음표가 진실과 자유의 소리로 공명하길 바란다”고 썼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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