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 의원들은 왜 흰색 옷을 맞춰 입었나 [유레카]

최혜정 기자 2024. 8. 28. 15: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여성 지지자와 대의원들로 가득 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날이다.

영미권에선 여성들이 주요 정치 행사에서 입는 흰색을 '서프러제트 화이트'라고 부른다.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은 중요한 순간 흰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여성 지지자와 대의원들로 가득 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날이다.

영미권에선 여성들이 주요 정치 행사에서 입는 흰색을 ‘서프러제트 화이트’라고 부른다. 여성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 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들이 흰색 옷을 입은 것에서 유래했다. 흰색이 처음부터 참정권의 상징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여성 참정권 단체가 처음 내세웠던 색은 노란색이었다. 1867년 주 차원에서 여성 참정권 여부 투표를 처음으로 실시한 캔자스주의 상징, 해바라기를 의미한 것이다. 영국의 여성사회정치연대(WSPU)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흰색(순수)과 보라(존엄), 초록(희망)을 앞세웠다. 흰색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08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여성의 일요일’ 집회였다. 3만여명의 참가자들은 흰색 옷을 입도록 권장됐고, 어둡고 음울한 거리에 등장한 ‘흰색 행렬’은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또한 흰색 천은 다른 색보다 저렴해 여성들의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 운동가들은 여기에 ‘미디어 효과’까지 주목했다. 당시 흑백 신문에 실린 흰색 옷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은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끌어내는 효과를 거뒀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1918년, 1920년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이후에도, ‘서프러제트 화이트’는 여성의 정치 참여와 권리 신장, 연대를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은 중요한 순간 흰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1969년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에 당선된 셜리 치점, 1984년 첫 여성 부통령 후보가 된 제럴딘 페라로와 2016년 첫 여성 대선 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며 흰색 정장을 입었다. 2020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도 흰색 옷을 입고 당선 연설을 했다.

한국의 상황은 사상 첫 여성 흑인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미국과 대비된다. 22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33.8%)에 한참 못 미치고, 국가의 방임 아래 여성들은 교제폭력 및 교제살인,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서프러제트 화이트’와 같은 연대의 움직임이 절실하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