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를 웃게 만든 기념공 한 개, 자랑하고 싶게 만든 함평에서의 사흘···이게 지금 KIA 분위기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8. 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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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27일 광주 SSG전 승리 뒤 2군에서 후배들이 만들어준 기념공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최형우(41·KIA)는 지난 27일 광주 SSG전 승리 뒤 야구공 한 개를 들고 취재진과 마주했다. 들고 있는 공에는 ‘2024.8.23 두산전 2회말 선두타자 2루타, 투수 김무빈, 1군에서 데뷔하는 그날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23일 두산전은 최형우가 나섰던 퓨처스리그 첫 경기다.

지난 6일 KT전에서 내복사근이 손상돼 치료와 재활을 거친 최형우는 퓨처스리그 실전을 거쳐 이날 1군으로 돌아왔다. 퓨처스리그에서 치른 첫 경기가 바로 23일 두산전이었고 당시 첫 타석에서 두산 투수 김무빈을 상대로 2루타를 쳤다.

리그 통산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인 최형우를 함평챌린저스필드에서 볼 수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마치 신인 타자가 데뷔 첫 안타를 치면 만들어주는 기념공처럼, 오랜만에 퓨처스리그에 가서 안타를 친 40대의 최고참에게 후배들이 만들어준 기념공을 최형우는 보고 또 보며 자랑을 했다.

최형우는 “애들이 이런 걸 챙겨서 만들어주더라. 재미있는 것이, 선수들 중 80% 정도가 아마 날 처음 봤을 거다. 뭐 아무렇지 않게 궁금한 거 막 다 물어보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며 “내가 2군에서 첫 안타 치니까 애들 다 모여있는 데서 (임)기영이가 이걸 써줬다. 맨 끝에 글이 대박이지 않나. 이거 보여드리려고 가져왔다”고 크게 웃었다.

KIA 최형우가 지난 23일 3년 만에 치른 2군 경기에서 첫 2루타를 치자 후배들이 만들어준 기념공. 광주 | 김은진 기자



2군에서 3경기 8타석에 나가 4안타(1홈런) 2타점을 올리고 점검을 마친 최형우는 27일 SSG을 통해 3주 만에 복귀한 뒤 1회말 2사 1루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렸다. 투런홈런으로 2타점을 더해 시즌 95타점째를 쌓았고 20호 홈런을 기록했다. 28홈런을 쳤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 41세에 20홈런 타자 대열에 합류했다.

워낙 가진 기록이 많다보니 웬만한 기록이나 수치에는 연연하지 않지만 4년 만에 다시 친 20홈런은 최형우를 웃게 했다. 최형우는 “기분이 좋았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20개 쳤다는 게, 나름 아직 힘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지켜온 타점 1위 자리는 부상으로 3주 간 공백이 생기면서 오스틴 딘(LG·112개)에게 내줬지만, 돌아오자마자 2타점을 추가하면서 최형우는 시즌 95타점째를 쌓았다. 115타점을 기록했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100타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형우는 “그건 하고 싶다. 그거 하려고 온 것 같다”고 웃으며 “솔직히 타점 1위는 말이 안 된다. 내 나이에 뭔가 개인타이틀을 딴다는 것 자체가 우리 리그 수준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같은 사람은 그냥 같이 좀 끌어주다 이젠 가야지, 우리가 1등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100타점는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다시 한 번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KIA 최형우가 지난 27일 광주 SSG전에서 1회말 2점 홈런을 친 뒤 후배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KIA 감독은 외국인 1선발 제임스 네일의 부상 충격 속에 그 공백을 메울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다시 공격 야구’를 언급했다. 선발진이 약해진 만큼 1~2점으로는 이기기 어려운 현실, 몰아치기에 능한 KIA 타선이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시점이다. 마침 그 공격야구의 핵, 최고참이자 4번 타자인 최형우가 돌아와 KIA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오랜만의 함평행, 같이 뛰는 게 처음이었던 선수가 태반일 정도로 어린 2군 후배들과 짧은 사흘 간의 추억을 쌓은 최형우는 1군으로 돌아오자마자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최형우는 “사실 이제 좀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물론 그게 될지 안 될지는 몰랐지만 첫 타석부터 진짜 말이 안 되게 홈런이 나왔다. 후배들이 ‘그렇게 쉬다가 또 오자마자 또 홈런 친다’고,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런데 ‘영화같이 산다’고 하더라”고 크게 웃으며 후배들이 만들어준 기념공을 소중하게 쥐고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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