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에 의사들 분열 조짐…의협회장 '탄핵 청원' 등장

박정렬 기자 2024. 8.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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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사들의 '단일대오'가 또다시 흔들릴 조짐이다.

뒤이어 이달 중순 의협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고는 "의협의 업무 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군요. 저만 심각한가요"라며 재차 행동을 촉구했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간호법 통과를 직무유기하고 회원들 신뢰를 상실한 임현택 집행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총사퇴하라"고 직격한 데 이어 이날 온라인에는 임현택 회장의 탄핵(불신임)을 묻는 설문조사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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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 등 현안 관련 의협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2024.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사들의 '단일대오'가 또다시 흔들릴 조짐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온라인에 '탄핵 청원'까지 등장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재석 290인 중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법률로 지금껏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린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의사들은 기존에 의료법이 있는데 간호사 직역만을 분리해 단독 법률로 제정하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PA 활성화로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체하면 전공의가 설 자리를 잃고 전문적인 진료·처치가 힘들어져 결국 국민과 환자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도 의협은 "간호법 제정으로 PA에 의한 불법 무면허 행위에 면죄부가 생기고, 간호사의 의사 행세가 가능하게 됐다"며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을 고수한다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나설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그러나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간호법 통과 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협의 '뒷북 대응'을 비판하면서 내부적으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지난 7월과 이달 소셜미디어(SNS)에 의협을 상대로 간호법 저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지난달에는 "이제는 간호법까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나서달라 주문하는 의협"이라며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날을 세웠다.

뒤이어 이달 중순 의협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고는 "의협의 업무 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군요. 저만 심각한가요"라며 재차 행동을 촉구했다. 결국 전날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그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몇몇 고위 관료들과 간호협회, 그리고 병원장들만 노났다.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그 왜곡을 자행하고 묵과했던 교수들도 자성하길 바란다"며 '기성 의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글을 썼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전부터 의협과 의대생·전공의들은 관계가 좋지 못했다. 의협 주도의 대정부 협상을 거부하며 의대생·전공의가 범의료계 협의체에 끝내 불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의협의 간호법에 대한 늦장 대응이 젊은 의사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더 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매주 집행부에서 간호법 대응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정권 퇴진 운동이나 단식 투쟁 등 '직접적인' 대응에 나선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범의료계 협의체가 의대생과 전공의 불참으로 유야무야된 상황에 '젊은 의사'와 또다시 척을 지게 되는 상황에 놓이며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간호법 통과를 직무유기하고 회원들 신뢰를 상실한 임현택 집행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총사퇴하라"고 직격한 데 이어 이날 온라인에는 임현택 회장의 탄핵(불신임)을 묻는 설문조사까지 등장했다.

탄핵 설문을 진행하는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SNS에 "지난 5월 1일 임현택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비급여 보고제도, 수가 협상, 간호법 국회 제정 등의 문제 등에 있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의견수렴 목적이지만 요건 충족 시 대의원회를 통해 (불신임 안건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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