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윤계상, 돌 맞은 개구리의 마음을 느끼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god 멤버로서의 제 모습과 배우로서의 제 모습,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윤계상은 배우를 하고 있고, 가수는 '윤상계'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윤계상은 배우와 god 멤버, 두 가지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 이유로 "예전에는 하나로 뭉치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너무 달라서 내 정체성이 막 흔들리더라. '내가 여기서 뭐 해야 되지? 여기서 일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모두를 변환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 장첸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구상준까지, 연기 20년 차에 접어든 윤계상은 'god 윤계상'이 떠오르지 않는 열연으로 성공적인 연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이 마석도(마동석)에게 응징을 당하는 악인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상준을 통해 누군가 우연히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마음이 됐다. 구상준은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에 우연히 연쇄살인마 지향철(홍기준)이 찾아오고, 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는 인물이다.
윤계상은 '개구리'의 의미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첫 번째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제3의 피해자들은 관심 밖에서 멀어진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상준이는 직접 살해를 당하진 않지만 모텔 주인이기 때문에 받은 피해가 있다. 그런데 그건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고 외면 당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치유하지 않고 넘어갔을 경우 어떻게 무너지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본이었다. 윤계상은 "우리나라 드라마 대본들은 구조가 비슷하다. 선역이면 다 성장 캐릭터고 악역이면 완전히 다 깨부수는 역할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정반대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가 한 드라마에 공존하는 건 처음 봤다"며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상준의 이야기와 전영하(김윤석)의 이야기가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 구조를 언급했다.
이어 "이걸 어떻게 만들지 궁금해서 출연하게 됐다. 또 모완일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착해서'라고 얘기해주셨다. 그 말씀이 되게 좋았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저의 착함은 어떤 느낌일까'란 궁금증도 있었고, '같이 작업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작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 중 상준이 운영하는 레이크 뷰 모텔은 상준이 열심히 자수성가해서 구한 근사한 모텔이다. 장소 섭외를 어떻게 했는지 묻자, 윤계상은 "감독님이 '모텔이 호텔 같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규모가 꽤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보면 모텔 규모가 모텔스럽지 않다. 빚을 엄청 들여서 샀는데 몰락하는 이야기니까 감독님께서 여러 후보지를 많이 찾으셨던 것 같다. 모텔 안쪽은 세트장이었고 밖에는 진짜 호텔인지 모텔인지 하는 숙박업소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촬영지는 충남 논산에 있으며, 극 중 영하의 펜션과는 불과 10분 거리였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윤계상은 함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먼저 아내 역으로 호흡을 맞춘 류현경에 대해 "현장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진짜 부부처럼 농담하고 그랬던 것 같다. 연기가 정말 좋더라"라며 "극 중 소주를 먹다가 들켜서 막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목이 빨개지면서 흥분을 하는 연기를 보고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정말 좋았다. 하나도 거리낌 없이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유성아를 연기한 고민시를 보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윤계상은 "고민시 씨가 멋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사이코패스 연기가 특이한 게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근데 고민시 씨는 섹시하고 귀여운 게 있는 것 같다. 자기만의 색깔로 직진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박지환과는 '범죄도시', '유체이탈자'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지만 캐스팅은 따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둘 다 캐스팅 된 거 알고 나서 통화를 했다. 둘 다 정말 좋아했다. 이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것과 배우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좋은 대본이라고 소문이 났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6부부터는 윤계상이 20년 후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상준이가 자신만의 시간이 멈춰버린 상태에서 모습이 나왔을 때 어떤 모습일지 고민했다. 스스로 살을 뺐으면 좋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인 분장을 위해 3주 만에 13kg을 감량했다며 "제가 3주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살을 엄청 뺐었다"고 밝혔다. 또한 "잘 감량하고 싶어서 병원까지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을 빼고 갔는데 오히려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윤계상은 "상준의 20년 후는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이다. 치매가 걸리고 정신병에 빠져버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눈 색깔도 흐릿하게 표현했는데 그건 렌즈를 낀 게 아니었다. 후반 작업으로 한 거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계상은 "우리 모두가 '개구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돌을 맞으면 누구는 살게 되고 누구는 죽게 된다. 오늘도 뉴스를 보는데 안타까운 사고 때문에 누군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진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저도 마음이 아프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돌을 던진 사람이 모를 수도 있고 알 수도 있지만 사건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는 건 너무 억울하고 슬픈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살아야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가수로서의 행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 윤계상은 9월 god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그는 "무대 위에 서면 팬들이 정말 좋아하신다.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르시는데 거의 노래방에 온 것 같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신다. 정말 감사하다. 홍보도 안 하고 매년 콘서트를 하는데 매년 매진이고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 20년 차를 맞아 팬들이 지하철 광고를 해줬다며 "저도 잘 몰랐는데 지하철 광고를 보고 그때 20주년인 걸 알았다.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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