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간호사 합법화·구하라법 국회 통과...여야, 석달 만에 첫 합의 처리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구하라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이 합의 처리됐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방송4법'과 '1인당 25만원 지급법', '노란봉투법'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은 다음달로 미뤄졌다.
국회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 등 민생법안 28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그간 국회는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표결 부결에 따른 법안 폐기' 과정을 반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맞서기도 했다.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회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정책위의장 간 상견례 회동을 계기로 양당간 이견이 없는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실무진 협의를 통해 입장차를 조율해 28개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게 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및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어쨌거나 이렇게 민생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게 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많이 늦어진 감이 있어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국회가 이날 처리한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는 △간호법(간호법 제정안)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등이 꼽힌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 체계에 담긴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별도 법률로 제정하는 내용이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은 이른바 '수술실 간호사'로 불리는 PA(진료지원) 간호사에 대한 법제화 규정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구하라법은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딸의 유산을 받아가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가 일었다. 20대 국회 때인 2019년 발의된 구하라법은 여야 이견이 없었음에도 21대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했다가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전세사기특별법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할 때 발생한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거나, 차익을 임대료로 활용해 낙찰받은 피해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 최대 10년까지 무상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10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 더 거주할 수 있다. 또 전세사기특별법에서는 신탁사기 주택·다가구주택 등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인정 요건인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피해지원위원회 판단에 따라 최대 7억원으로 상향 가능하다.
또 여야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법) 등을 이날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재표결은 다음달 26일 본회의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박태서 국회의장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양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서는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 상정과 처리를 안 하기로 했다"며 "방송4법 등에 대한 본회의 재표결 처리는 9월26일 본회의에서 진행하기로 여야 합의했다"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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