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이준석, 이와중에 텔레그램 걱정? "과잉규제 우려"

곽재훈 기자 2024. 8.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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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최소한의 상식 가진 태도 아냐…인원수, '젠더갈등'으로 본질 흐리지 말라"

지난 2019년 'n번방 사태'를 파헤친 독립 저널리즘 그룹 '추적단 불꽃' 출신 정치인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딥페이크 범죄로 인해 사회 불안이 치솟은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를 "과잉규제", "급발진 젠더팔이"로 규정한 일부 정치세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28일 SNS에 쓴 글에서 "딥페이크 피해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피해 재발방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과잉 규제'를 먼저 언급하는 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박 전 위원장은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시 임시 차단조치를 하는 것이 '과잉 규제'라고 한다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들을 특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며 "텔레그램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이 수사에 협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검열이 아닌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조치"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건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나아가 국민 모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딥페이크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인원 수, '젠더갈등'을 언급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 우리 정치가 서있어야 할 곳은 초국적 거대 기업인 텔레그램의 편이 아니라 피해자의 편이고,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계정을 잠그고 사회에 신뢰를 잃고 있는 청소년의 곁"이라며 "'우리 아이가 설마 당했을까' 걱정하는 학부모의 마음, '내 옆에 있는 저 사람이 설마'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해한다면 강력한 규제와 엄단을 말해야 한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치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이 "'과잉 규제'를 먼저 언급하는 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정치가 서있어야 할 곳은 초국적 거대 기업인 텔레그램의 편이 아니라 피해자의 편"이라고 비판한 것은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의 기수 이준석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가운데 이 사태에 대해 "정부에 하도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다 보니 과잉규제로 결론이 날까 우려된다", "텔레그램을 차단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방법이 있나"라고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나섰던 지난 2021년 이후 페미니즘의 전제인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집요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윤석열 대선캠프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입안에 일정 역할을 하는 등 '안티 페미니즘 정치인'의 대표 격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82년생 김지영> 작가는 (책 속에서)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밤길 안전은 같은 보수정당 정치인인 오세훈 서울시장 등 보수진영 내에서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던 이슈임에도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 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 등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과 매우 흡사한 젠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스스로도 올해 2월 낸 입장문에서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며 스스로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를 자임했다. 미국·유럽 등의 극우 포퓰리즘 발호가 전 세계적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여성혐오와 포퓰리즘이 결합한 안티-페미니즘 전략도 포퓰리즘의 한 형태"(이상경 서강대 교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개혁신당도 딥페이크 사태에 대해 여야 정치권 및 시민사회 전반의 큰 흐름을 따르기보다 이 의원 개인의 입장에 더 기운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 정당 대표를 맡고 있는 허은아 전 의원은 전날 SNS에 쓴 글에서 이 사태에 대한 여성계의 우려를 "불안과 공포를 또다른 젠더갈등의 소재로 악용하는 일부 기회주의자들의 처신"으로 규정하며 "'국가재난', '텔레그램 국내 차단'까지 운운하는 호들갑", "급발진 젠더팔이"라고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적 폭력은 '성별에 따라 성적 규범이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형성된 폭력이자 범죄"라며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의 '본질은 범죄에 있지 특정성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우리 사회의 젠더 상황이 불평등하게 형성돼 있다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으라는 대통령의 강력 대응 주문에 대해 '과잉 규제, 불안 과장'을 운운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은 범죄피해로 인한 인격 침해에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불편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아독존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낸다"며 "명백한 젠더폭력 사실을 앞에 두고 '젠더갈등의 소재로 악용'한다느니 '젠더 팔이' 운운하는 것은 범죄 근절에 걸림돌이 된다. 딥페이크 범죄는 '젠더갈등'이 아니라 젠더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생존 불안은 일상의 문제"라며 "생존 불안의 원인은 공사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놓인 취약한 여성인권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들은 "취약한 여성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정부부처가 여성가족부인데, '여성가족부 폐지'가 불러온 파장이 지금 이 사태에 미친 영향이 없다 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 책임도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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