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단 한번 치료로 암세포 죽인다…송도에 문 연 '이곳' 가보니[르포]
국내 최초 BNCT 의원…"열외중성자 생성, 1회 치료로 암세포 사멸"
28일 인천 송도 BRC센터(길병원 뇌질환센터) 다원메닥스 BNCT(붕소중성자포획치료) 의원. 기다란 진공 케이블로 뒤덮인 약 20m 길이의 가속기가 소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국내 최초 중성자치료시설인 이곳에선 단 '1회 치료'로 암세포를 사멸하는 열외중성자가 만들어진다. 다원메닥스는 그간 수입에 의존하던 대형 방사선 의료기기의 첫 국산화에 성공, 송도에 임상용 의원을 열고 의약품·소프트웨어·의료를 포괄하는 BNCT 통합 솔루션을 구축했다.
방사선 치료 중 입자선 치료의 일종인 BNCT는 붕소의약품(BPA)과 중성자의 핵반응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이다. 정상세포 피해를 최소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타격해 재발 원인인 분산암·침윤성암 치료도 가능하다. 원래 다원메닥스 소속 연구소였던 BNCT 의원은 2021년 12월임상용 의원으로 개설 허가를 받았다. 인천시와 감사원, 보건복지부 등 지자체·정부기관의 적극행정으로 회사 소속 의사가 의원을 열 수 있도록 허용되며 연구·개발의 핵심 동력이 됐다. 방사선 차폐시설 등 전체 설치 면적은 200평(661㎡) 이상이다.
BNCT 의원은 총 9개 공간으로 구분된다. 핵심은 '양성자가속기 중앙제어실'과 '양성자가속기실', 실제 환자 치료가 진행되는 '치료실'로, 특히 결과적으로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가속기실은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꼽힌다. 세계 첫 BNCT 상업화에 성공한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은 원형 가속기를, 미국 뉴트론테라퓨틱스·TAE라이프사이언스는 리튬 표적을 쓰는 정전형 가속기를 사용하는데 다원메닥스는 낮은 에너지로도 양성자 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선형 가속기를 사용 중이다. 표적도 리튬이 아닌 베릴륨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높였단 평가를 받는다. 선형 가속기로 BNCT 통합 솔루션을 구축한 건 세계에서 다원메닥스가 유일하다.
열외중성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이온원에서 수소가스를 통해 생성한 양성자를 집속, 즉 한데로 묶어 고주파 사중극자 선형 가속기(RFQ)에 넣으면 양성자 빔이 3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로 가속된다. 이때 RFQ는 뒤편에 설치된 고주파 장치에서 에너지를 저장한 뒤 이 에너지를 활용해 이온원에서 보낸 양성자를 가속한다. 고주파 장치 동작에는 고정밀도·고전압 전원장치인 모듈레이터가 필요한데, 이는 다원메닥스 모회사 다원시스가 독보적으로 보유한 핵심 기술이다. RFQ와 이어진 두 번째 가속기 드리프트 관 선형가속기(DTL)까지 합치면 총 10MeV의 운동에너지로 양성자가 가속된다.속도로 환산하면 1초당 4만5000㎞의 속도로 양성자 빔이 쏟아지는 셈이다.
배영순 다원메닥스 CTO(최고기술책임자·상무)는 "이후 빔전송라인(BTL)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양성자 빔을 중성자 발생장치로 전송한다"며 "양성자 빔이 베릴륨 표적과 부딪혀 고에너지의 중성자가 생성된다. 이를 감속집합체(BSA)에서 치료용 에너지의 열외중성자로 변환해 환자에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중성자 함량 중 열외중성자 비중이 높을수록 암 치료에 유리한데, 다원메닥스의 경우 함량 92%로 스미토모중공업의 제품인 '뉴큐어'(67%) 대비 훨씬 높다.
이렇게 생성된 중성자는 빔 포트를 거쳐 치료실에 있는 환자의 병변을 향해 조사된다. 진료실에서 3시간 동안 약 1ℓ(리터)의 BPA를 투여받은 환자는 이후 1시간가량 경과를 확인한 뒤 중성자 치료에 들어간다. 치료 시간은 20~40분 사이로, 환자는 치료 동안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다원메닥스는 두경부암·교모세포종 환자 대상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현재 총 23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서효정 BNCT 의원장(이사)은 "뇌종양 환자 치료 시간은 30~40분, 두경부암은 20~30분 정도"라며 "피부암처럼 암세포가 비교적 작고 피부와 가까울수록 5~10분으로 짧게 소요된다. 병변 위치에 따라 치료 시간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원메닥스는 두 적응증 모두 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목표로 한다. 최종 허가 예상 시점은 2026년으로, 유방암·흑색종·비소세포폐암 등 적응증을 넓힐 계획이다. 회사 유무영 대표는 "방사선 시장을 장악한 미국·유럽은 BNCT 시장이 개화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BNCT는 태동기에 가까운 만큼 초기에 진입할수록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인천)=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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