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행정통합…대구시장과 경북도의장 갈등으로 '비화'

정광진 2024. 8.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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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도에서 분리된 지 43년만의 통합논의가 끝내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지자체를 둘러싼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데 이어 대구시장과 경북도의회 의장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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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대구시장 제안 급물살 불구
기초단체장 권한·동부청사 이견 '불발'
도의회 본회의장은 대구시장 성토장
대구시는 "도의회 의장 사퇴하라" 공세
도의장 "대구시장 물러나면 의장직 걸겠다"
석 달여에 걸친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 무산에도 불구, 이철우 경북지사가 계속 논의하자는 입장문(왼쪽)과 "도의회부터 설득하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 화면캡처

대구시가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경북도에서 분리된 지 43년만의 통합논의가 끝내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지자체를 둘러싼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데 이어 대구시장과 경북도의회 의장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도의회 의장 발언에 대한 대구시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경북도의회 의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이에앞선 27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정치인의 말은 바위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하고, 권력의 쓰임새는 깃털처럼 가벼워야 하는데도 대구시장의 말 한 마디는 깃털처럼 가볍고, 권력의 쓰임새는 바위덩어리처럼 무겁다”고 홍 시장을 직격했다.

홍 시장은 합의 시한 하루 전인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 시장 성토장이 된 도의회를 이유로 통합 무산을 선언했다. 이날 이형식 도의원은 “도ᆞ시민 없이 두 단체장만의 대화로 속도전하듯이 졸속추진중인 행정통합에 반대한다"고 했고 박 의장도 “옛말에 구시화문(口是禍門, 입이 재앙을 불어들이는 문)이라 했다”며 “도민을 대표해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홍 시장을 저격했다.

도의회는 28일에도 "홍 시장이 최근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행정통합 무산 발표로 오히려 시·도민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대해 대구시는 "27일 경북도의회의 도정질의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비판이 있었고, 도의회 의장은 대구시장에 대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도의회 의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해야 통합논의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이에대해 "대구시장이 물러나면 의장직 걸겠다"고 날을 세웠다.

당초부터 통합 지자체의 정체성과 시ᆞ군 권한, 동부청사 설치 여부 등을 둘러싼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렸다. 홍 시장은 통합지자체는 서울과 같은 ‘특별시’가 되어서 집행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지사는 시ᆞ군 권한을 축소하면 통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홍 시장은 또 "통합 대구ᆞ경북의 면적이 서울 33배나 되기 때문에 대구 안동 포항에 3개 청사를 두어야 한다"고 했으나 이 지사는 "경북도가 현재 환동해본부를 운영 중이지만, 대구시의 포항청사는 시ᆞ군 권한을 축소하고 직접 집행하기 위한 수순이어서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추진방식도 걸림돌이었다. 시는 일정상 시도의회 통과로 통합을 추진하자고 했으나 도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뤄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각을 세웠다.

지난 5월17일 홍 시장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급부상한 행정통합 추진은 지난 27일 홍 시장의 통합무산 선언으로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홍 시장의 최후통첩에 대해 쟁점인 시ᆞ군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 말까지 결론 내자고 역제안했으나 "경북도의회부터 설득하라"는 홍 시장의 글과 도의장 사퇴 요구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통합 등의 형태로 있었지만 2016년 경북도가 안동으로 청사를 옮기면서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다. 2019년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나서 도로 교통 수자원 등 일부 제한된 형태의 통합도 논의했으나 민선8기 출범 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번 행정통합 논의도 지방자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으나 대구시와 경북도의회의 갈등으로 치달으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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