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피해 40년간 육아일기 품고 숨어 산 엄마, 딸들과 극적 상봉

이현주 2024. 8.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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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홀로 살던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딸과 상봉한 사연이 알려졌다.

이 여성은 가족들의 신고와 법원의 실종 선고로 30년간 사망자 신분으로 살면서도, 남겨두고 온 딸들을 잊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지만 A씨는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큰딸 B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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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서울 떠나 30년간 사망자로 지내
우연한 계기로 경찰 도움받아 딸과 상봉
25일 대전 중구 대전중부경찰서에서 가출한 뒤 사망 처리가 됐던 A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딸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경찰청 제공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홀로 살던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만에 딸과 상봉한 사연이 알려졌다. 이 여성은 가족들의 신고와 법원의 실종 선고로 30년간 사망자 신분으로 살면서도, 남겨두고 온 딸들을 잊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대전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71)씨는 1984년 무렵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다가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왔다. 당시 슬하에 8세와 5세 두 딸을 둔 상태였다. A씨는 가출한 뒤 아무 연고가 없는 대전에 정착했다. A씨를 찾아내겠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떠돌던 남편은 5년 뒤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나 A씨는 이 사실을 몰랐다. 고아가 된 두 딸은 이모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성장했다.

가족들은 A씨가 가출한 지 10년 만에 실종 신고를 했고, 5년간 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았다. 실종 선고는 거주지를 떠난 사람의 생사가 5년간 불분명할 때 받는 판단으로, 당사자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 A씨는 추후 자신이 사망 처리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로는 가족들을 다시 찾을 생각을 접은 뒤 홀로 지냈다.

A씨와 딸 B씨가 극적인 가족 상봉 뒤 손을 꼭 맞잡고 있다. 대전경찰청 제공

그렇다고 A씨가 두고 온 딸들을 잊고 산 것은 아니었다. A씨는 40년 전 가출 당시 가지고 나온 육아일기를 지금까지 간직하며 딸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딸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남편과 살던 집이나 친정 근처를 찾아가보기도 했으나, 남편에게 당한 폭력이 두려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A씨는 최근 자신이 일하던 마트에서 손님과 시비가 생긴 것을 계기로 가족과 상봉하게 됐다. 지난달 29일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30년 동안 사망자로 살아온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이후 경찰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털어놨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지만 A씨는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큰딸 B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25일 대전 중부경찰서에서 엄마와 상봉한 B씨는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기동 중부경찰서장은 "실종 선고 후 30년간 사망자로 간주되어 의료 및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온 A씨 사연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A씨의 실종 선고 취소 청구 및 가족관계등록부 회복 절차를 도와줄 계획이며 긴급생계비, 긴급주거지원 등 기초수급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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