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이어져 결국 만나는 '우주'…존 배 '운명의 조우'展

김일창 기자 2024. 8. 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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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遭遇)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한다.

갤러리현대가 존 배의 개인전 '운명의 조우'를 10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 초반 구축주의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초기 강철 조각을 비롯해 연대기별로 주요 철사 조각,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신작까지 존 배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른다.

과학자, 수학자들이 사고하듯 존 배는 직설적이고 명료하게 중심을 관통하는 힘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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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기 강철 조각부터 2024년 신작까지 예술 세계 전반 선보여
2013년 후 10여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갤러리현대서 10월20일까지
[갤러리현대] 존 배 《운명의 조우》 전시 전경 . 작품은 존 배의 2024년 신작이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조우(遭遇)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한다. '만남'보다는 '우연'이 더 눈에 들어온다. 작가 존 배(87)의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이어지는 강철 조각이 우연한 만남을 이뤄 하나의 우주가 되기 때문이다.

갤러리현대가 존 배의 개인전 '운명의 조우'를 10월 20일까지 개최한다. 2013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전시 'In Memory's Lair' 이후 10여 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이다.

가늘고 짧은 철사를 용접해 사용하는 그의 조각에는 1950~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전후 추상과 미국식 바우하우스, 네오 아방가르드의 이름으로 새롭게 인정받기 시작했던 러시아 구축주의 정신, 전후 미국의 환원주의적 추상 조각 등의 흐름이 엿보인다.

나아가 당시 미국의 예술적 토양을 넘어 음악과 미술, 수학과 과학 등 다학제적인 관심사를 발전시키고, 하나의 철심을 하나의 음처럼 사용해 전체와 부분이 상호연결성을 갖는 조화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무화하는 동양 철학의 세계까지 포괄하며 독창적인 예술관을 형성했다.

또한 그의 예술 언어는 단단한 철을 녹여가는 과정으로서의 개념성을 동반하며 동서양의 범주를 넘어선다. 고체에서 액체라는 연금술적인 액체성과 불을 통해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전이성이 동반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 초반 구축주의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초기 강철 조각을 비롯해 연대기별로 주요 철사 조각,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신작까지 존 배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른다.

작가 존 배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운명의 조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4.8.28/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존 배의 조각은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점이나 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전 음표가 다음 음표로 대화하듯 연결되며 아름다운 선율로 완성되는 음악처럼,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점과 선이 품는 움직임의 기류를 감지하고, 서로 간의 관계와 작동 원리를 관찰하며 작품을 발전시킨다.

그의 작업에서는 '작곡'과의 유사성뿐 아니라 과학과 수학의 원리도 발견할 수 있다. 과학자, 수학자들이 사고하듯 존 배는 직설적이고 명료하게 중심을 관통하는 힘에 대해 고민한다.

존 배는 미리 완성을 상정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시작하고, 공간 속에 놓인 점과 선과 대화를 이어가며 유기적인 구조로 작품을 구축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와 작품이 우연한 만남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완성된 작품은 그가 예측하는 범위 바깥의 형태를 띠게 되고, 역설적으로 멈춰있지만 동시에 다음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의 상태를 보인다. 정적임과 동시에 동적인 셈이다.

신작 'Heaven and Earth' 시리즈는 바닥에서부터 짧은 철선을 지그재그 형식으로 쌓아 올려 리듬감을 증폭시키며, 공간과 균형을 이루는 힘을 발산한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존 배는 "레너드 번스타인은 '음악은 다음 음표에 관한 것이다'라고 쓰기도 했는데, 제 작업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에 올 음은 무엇일까? 마치 대화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를 이어나가면서 각각의 점들과 선들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존 배 개인전 '운명의 조우' 1층 전시 전경. 2024.8.28/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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