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자도 외면… 휘청이는 테슬라

임주희 2024. 8. 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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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시장서 83.7만대 판매
유럽에선 BMW에 판매량 밀려
신차 부재·경쟁사 맹추격 영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뉴스
미국 코네티컷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 사이버 트럭. 임주희 기자

중국의 저가공세에 '각성'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테슬라가 주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혁신 부재로 성장 정체에 빠진 '애플'과 닮은 꼴이다. 오랜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28일 자동차 구매 웹사이트 'buyacar'에 따르면 올 상반기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83만766대를 판매했다.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전체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통계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 1~7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15개국에서 14만7581대의 테슬라 전기차가 신규 등록됐다. 전년 동기(17만9358대)보다 17.7% 급감했다.

지난달 유럽에서는 BMW에 전기차 판매량까지 밀렸다. BMW는 지난달 테슬라보다 약 300대 더 많은 1만486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안방 시장인 미국에서도 '압도적 원 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올 1~7월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50.8%로 부동의 1위를 수성했으나, 2022년 70%대, 2023년 6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내림세다. 2분기 점유율은 49.7%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가 갓길 옆 나무와 충돌하며 화재가 일어나 16시간가량 도로가 폐쇄되는 사고가 발생해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화재로 인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테슬라의 주가는 5.65% 급락했다.

거듭된 악재에 장기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가의 대표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지기도 한 미국 자산운용사 거버 가와사키 웰스의 공동 설립자인 로스 거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절반 규모인 6000만달러(약 800억원)가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거버는 "테슬라 전기차와 로봇사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갈수록 식고 있고 실망만 남은 상태"라며 "중고차 시장에서는 구형 테슬라가 넘쳐나고 있고 할인 조건 없이는 차량이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테슬라의 위상이 약해지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정체도 있지만, 그보다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신차 부재와 경쟁사들의 맹추격이 더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6, EV6·EV9에 이어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아이오닉 9(가칭)과 보급형 전기차 EV3 등 다양한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올 1~7월 미국에서 전기차 점유율 두 자릿수대를 달성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테슬라가 최근 4년간 출시한 신모델은 사이버 트럭뿐이며, 인기차종인 모델Y는 업그레이드가 없어 노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델Y는 지난해 상반기 유럽 베스트셀링카였지만 올해는 8위에 그쳤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약국 체인 로스만은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더는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테슬라의 전략적인 중국 생산기지 구축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캐나다는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재 캐나다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테슬라뿐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산 테슬라에 추가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테슬라가 중국에서 받는 보조금이 적다고 항변해 추가 관세율은 다른 중국 브랜드 전기차보다는 다소 낮다.

테슬라는 반등을 위해 저가 전기차 '모델2'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머스크(사진) CEO가 전기차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상반기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차는 2만5000~3만달러의 가격대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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