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발주’ 체코 특사 내주 방한…계약체결 청신호?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태클을 걸고 있는 가운데, 체코의 총리 특사가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한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 중 성사된 체코 특사의 방한을 놓고 원전 정식 계약 체결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특사는 다음달 3∼6일 한국을 방문키로 하고, 현재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 면담, 주요 기관 방문 등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체코 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찾아 양국 간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KIAT는 산업기술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기반 조성,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등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체코 측은 이번 방한 기간 한국이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제안한 ‘포괄적 산업 협력’에 관한 논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인 지난달 23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체코에 급파해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담은 친서를 피알로 총리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체코 특사의 방한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체코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17일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4기 중 2기를 건설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는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수원과 지재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웨스팅하우스는 전날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체코 현지 언론은 27일(현지시간) 체코전력공사가 웨스팅하우스의 항의와 관련해 “이의제기(진정)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국회 무궁화포럼 조찬 강연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 분쟁과 관련해 “조만간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이 실제 사업 좌초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될 것이란 말씀으로 답변드린다”며 “다양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협의는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황 사장은 “강대국과 싸워서 이겼을 때의 즐거움은 아주 좋지만, 아주 지혜롭게 앞으로의 싸움을 잘 끌어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전략을 갖고 나가야지, 우리 핵연료 공급에서도 멱살 잡힐 일들이 많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서로 널리 잘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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