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하청 배송기사의 사용자” 판단 나와…거꾸로 가는 한국
‘아마존이 하청업체 배송기사의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라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의 잠정적 판단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두 번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쓴 것과 대조적이다.
28일 AP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을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있는 NLRB 지역사무소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아마존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조사한 뒤 아마존이 하청 배송기사의 공동 사용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아마존은 배송기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대신 수천 곳의 하청업체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배송 서비스 파트너(DSP)라고 불리는 하청업체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7만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미트럭운수노조(팀스터즈)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팜데일에 있는 한 하청업체 노동자 수십명을 조합원으로 조직했다. 노조는 원청인 아마존이 배송실적, 배송목표, 배송경로 등에 대한 강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마존이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NLRB에 아마존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했다.
NLRB는 부당노동행위 분쟁에 관한 조사(검찰)·판정(노동위원회) 기능을 갖고 있다. 조사 기능을 가진 NLRB 지역사무소는 아마존이 하청 노동자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봤지만 아마존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NLRB 내 판정 기능을 맡은 곳이 심리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팀스터즈는 성명을 내고 “아마존을 교섭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에선 ‘공동 사용자 법리’에 따라 유튜브 뮤직 하청 노동자, 구글 도움말 페이지 등 콘텐츠를 만드는 하청업체 소속 작가·그래픽 디자이너 등의 공동 사용자가 구글이라는 판정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한국의 노조법 2·3조 개정안 취지와 맞닿아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교섭 상대방을 무리하게 확대한다는 이유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재가했다.
NLRB 지역사무소 판단은 한국 택배업계에도 시사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대리점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특수고용직 배송기사(퀵플렉서)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한 정황이 확인됐지만 쿠팡CLS는 노조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미국의 공동 사용자 법리, 공급망 내 노동인권에 대한 원청 책임을 의무화한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 등은 전 세계 흐름이 원청 책임 강화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한국 정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3080816011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9271748001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101617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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