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키운 성어, 폭염에 궤멸···매일 퍼올려도 감당 안돼”
충남서 372만여마리 폐사…전국 2650만여마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추석 대목에 300t 출하했지만 올해에는 막막”
“지난 겨울에는 일본 수산물 수입에 밀려 팔지 못하더니 결국 고수온에 떼죽음을 당해버렸어요. 폐사한 물고기들 담으려고 고무대야를 대량으로 준비했는데 이것도 부족하네요.”
지난 27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천수만 일대에 있는 대야도 조피볼락(우럭) 양식장에서 만난 서모씨(70대)는 ‘전국 수온 정보’가 담긴 메세지를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보낸 메시지에는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전국 해역의 수온이 29도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우럭 200만마리를 양식하는 서씨는 이날 외국인 노동자 7명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 올리느라 분주했다. 주변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썩은 물고기가 가득 담긴 고무대야 수십개가 놓여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국 양식장에서 어류들이 집단 폐사하고 있다. 당장 추석 대목을 앞둔 어민들의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씨 양식장이 있는 천수만 해역에도 지난달 24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됐고, 지난 2일에는 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수온 경보는 3일 이상 바닷물 온도가 28도 이상을 유지할 때 발령된다.
서씨는 “매일같이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지만 양이 방대해 한계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2016년에도 고수온 피해를 입었지만 기간이 4일 정도로 짧아 회복이 빨랐는데, 올해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현재 절반 이상이 폐사한 상태로 앞으로도 고수온이 이어진다면 모두 폐사할 수 밖에 없고 결국 폐업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며 “보통 추석 때는 우럭을 300t 가량 출하하지만 올해는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성어가 모두 궤멸돼 출하할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고수온으로 매일 양식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건 천수만 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고수온으로 전국에서 폐사한 양식장 어류는 2650만여마리로 집계됐다.
경남지역의 조피볼락·말취치 등 양식어류 폐사량은 1719만마리, 피해 신고액은 291억1700만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1466만마리 폐사·207억원 피해) 피해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전남에서도 조피볼락 등 405만2000마리가 폐사해 110억6700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충남에서는 태안 354만여마리, 보령 16만여마리, 서산 2만여마리 등 모두 372만여마리가 폐사했다.
경북 동해안 육상 양식장 90곳 가운데 32곳에서도 강도다리·넙치 등 153만여마리가 죽었다.
충남의 한 양식어민은 “어떻게든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양식장에 차광막을 설치하고 액화산소도 투입하고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모두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양식어가가 고수온 피해로 신음하는 사이 빈 자리는 일본산 수산물이 메우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8106t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1만5994t)보다 13.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7년(1만8399t) 이후 최고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엔저효과로 일본산 수산물 가격이 저렴해 수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휴가철을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고수온에 따른 어민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수시로 애로사항 등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현장대응반을 운영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시군별 피해 내용 파악과 합동 조사를 통해 어입인 지원을 위한 복구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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