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출석 부르고 벌점, 정문 출입도 제한…전남대 치전원 ‘엄석대 교실’
생활 매뉴얼 만들어 학생 대표가 통제
시민단체 “80년대 교실 연상” 조사 요구
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학생 대표가 다른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의 생활 매뉴얼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뉴얼은 학생들의 병원 중앙 현관 출입을 금지하고 복장 규정, 수업 때 교수에게 해야 할 ‘리액션’까지 규정하고 있다.
28일 ‘전남대 치전원 생활 매뉴얼’을 보면 수업과 복장·생활예절, 교실관리 등 4개 분야로 학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나열하고 있다. 매뉴얼은 학생회와는 다른 별도의 학년별 대표인 ‘총대표단’이 시행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벌점과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업예절을 보면 수업 시작 10분 전까지 착석을 완료해야 하는데 출석은 총대나 부총대가 부른다. 두번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지각으로 간주한다. 실습에서는 가운 단추를 모두 채워야 하며 반바지, 슬리퍼, 치마 차림도 안된다. 시험 때도 이런 복장을 지켜야 한다.
치과병원에 있는 교수를 찾아갈 때는 정장에서 상의 재킷만 벗고 가운을 입어야 한다. 또 병원 근처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가벼운 목례’ 대신 ‘열심히 인사해 달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이 사소한 일이라도 총대에게 사전 연락 없이 교수를 찾아가거나 연락을 해서도 안 된다.
병원에 출입할 때에는 정문 현관도 사용할 수 없다. 학생들은 옆문과 쪽문을 이용해야 한다. 매주 4∼5명의 주번을 정하는데 ‘수업 리액션’을 강조한다. 수업하던 교수가 질문하면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주번의 가장 중요한 역할’ 이다.
총대단은 학생들에게 ‘자원봉사’를 해야하는 벌점을 부과하고 벌금도 받는다. 자원봉사는 ‘학급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 노동력을 강제하는 제도’ 라고 설명하고 있다. 벌점은 총대단이 판단해 상황에 따라 3점, 5점, 10점씩을 부여한다.
벌점 항목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이 여럿 있다. 규정에는 교수님 또는 선배님께 불성실하게 인사하는 것을 지적 당하면 벌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전체 공지방에 총대단 외 학생이 글을 올리거나 시험 단체 대화방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해도 벌점을 받는다. 중요한 학과 행사에 불참해도 벌점이 있다. 몸이 아파 출석을 못 한 경우에도 오전 8시 이전에 총대단에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과한다.
벌점이 일정 점수를 넘어가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한 학기에 벌점 30점을 초과한 경우 1점당 1만원을 내면 벌점이 삭감된다. 휴학한 학생이 벌점 25점 이상일 때에도 1점당 1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최고 고등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치전원에서 1980년대 중·고교에서나 있었을 법한 각종 통제 규정을 운영하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교육부의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전남대 치전원쪽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 부조리한 내용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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