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스파도 샤라웃 한 토리 켈리, 첫 내한서 보여준 '라이브의 정수' [HI★현장]
화려한 무대 장치나 연출 없이도 충분했다. 음원과 다를 바 없는 가창력에 폭발적인 현장감까지 더해진 토리 켈리(Tori Kelly)의 환상적인 라이브에 공연장 곳곳에서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저음부터 고음, 가성까지 음역대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목소리 하나 만으로 현장을 가득 채운 토리 켈리의 무대에 보는 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공연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날 토리 켈리가 보여준 공연은 최근 직접 관람한 라이브 무대 중 최고였다고.
미국 싱어송라이터 토리 켈리가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명화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 공연 '토리 켈리 라이브 인 서울(TORI KELLY Live in Seoul)'을 개최했다.
토리 켈리의 월드 투어 '퍼플 스카이스(PURPLE SKIES)'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내한 공연은 토리 켈리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선보이는 단독 공연이었다. 당초 지난 2020년 4월 예정됐던 첫 내한 공연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취소되면서 토리 켈리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팬들을 만나게 됐다.
메이저 데뷔 EP에 수록됐던 '디어 노 원(Dear No One)' '페이퍼 하츠(Paper Hearts)'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토리 켈리는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2관왕에 오르며 미국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에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온 토리 켈리는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 영화 '씽(SING)'과 '씽2게더(SING2)'에서 무대 공포증이 있는 코끼리 미나 역을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 정국과 에스파 윈터·라이즈 앤톤 등이 공개적으로 샤라웃을 하면서 더욱 많은 음악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르세라핌 김채원이 '스프루스(spruce)' 피처링에 참여하며 또 한 차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가운데 토리 켈리의 첫 내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음악 팬들은 큰 기대를 드러냈다. 월요일 저녁 공연이었지만 토리 켈리의 첫 국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의 들뜬 모습에서 그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토리 켈리는 '싱크 유 두'로 무대의 포문을 열었다. 토리 켈리의 등장에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고, 이에 화답하듯 토리 켈리는 소름을 유발하는 라이브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무대를 달궜다. '싱크 유 두' 무대에서 파워풀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안무까지 선보인 그는 "오늘 즐길 준비 됐나. '퍼플 스카이스' 투어에 온 걸 환영한다"라고 한국 팬들에게 힘찬 인사를 건넸다.
토리 켈리는 곡의 분위기에 맞춰 살랑이는 듯한 몸짓으로 무대 곳곳을 누비기도 하고, 긴 머리카락을 위아래로 흔들고 손을 좌우로 흔들며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능수능란하게 공연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언빌리버블' 무대에서는 직접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토리 켈리를 비롯해 드럼과 건반 세션만 올랐으나, 어떤 무대 보다도 압도적인 장악력을 느낄 수 있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라이브 실력에 무대를 보는 내내 전율이 일 정도였다. 현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관객들은 토리 켈리의 무대에 열띤 함성을 보내는가 하면 무대 중간 중간 "아이 러브 유! 토리 켈리"를 외치며 거침 없이 애정을 드러냈다.
뜨거운 관객들의 반응에 토리 켈리는 "믿을 수 없다. 오늘 첫 내한 공연인데 너무 즐겁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며 감격했다. "아이 러브 유"라는 팬의 외침에는 "미 투"라고 화답하며 수줍게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토리 켈리는 '익스펜시브' '슈드브 빈 어스' '노바디 러브' '스프루스' '컷' '다이아몬즈' '돈트 테이크 미 홈' '디어 노 원' '언브레이커블 스마일' '오션스' '하이 워터' '네버 얼론' '아윌 파인드 유'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원곡 : 제이콥 콜리어)' '할로우' '샤인 온' '쉘터' '세임 걸' '얼라이브 이프 아이 다이' '미씽 유'로 세트 리스트를 채웠다.
사전에 전달 받은 세트 리스트에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페이퍼 하츠'가 빠져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지만, 이에 대한 의문은 공연 중반부에 해소됐다. 토리 켈리는 미리 확정해 온 세트 리스트 중간 즉석에서 관객들의 요청을 받아 라이브를 선보이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번 공연에서 팬들의 요청에 따라 '컨페티'와 '페이퍼 하트'를 추가로 선곡한 토리 켈리는 세션 없이 혼자 기타를 메고 완벽하게 라이브를 소화하며 연신 감탄을 유발했다.
기교와 성량, 음색, 곡에 대한 이해도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공연이었다. 무릎을 꿇고 공연장을 뚫을 듯한 고음을 거침 없이 내지를 때는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다. 이번 내한 공연이 1회차만 진행된다는 점이 실로 아쉬웠다. 성공적으로 첫 내한 공연을 마무리 한 그가 너무 늦지 않게 또 한 번 한국을 찾아주길 바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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