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말로만 뿌리 뽑는다고 그게 뽑힐까

최윤아 기자 2024. 8. 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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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이후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윤석열 정부가 올해 디지털 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을 전액 삭감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 인권 교육' 예산도 일부 감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올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 인권 교육' 예산도 일부 감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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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지털 성범죄 교육 예산 전액 삭감
전문가 경고에도 성 인권 교육 예산 감액
지난 2023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여성대회에서 ‘공정한 대한민국 여성과 함께\'라는 문구를 들고 참석자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이후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윤석열 정부가 올해 디지털 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을 전액 삭감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 인권 교육’ 예산도 일부 감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하도록 교육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관련 예산을 삭감한 상황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해당 예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해마다 9억9600만원 규모로 꾸준히 편성돼 왔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그 수법도 지능화 되어가는 와중에 이뤄진 삭감이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그동안 제작해 온 콘텐츠를 활용하면 될 것으로 판단해 올해 해당 예산을 삭감했다”며 “신종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내년도 예산에는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2024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갈무리

올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 인권 교육’ 예산도 일부 감액됐다. 해당 사업은 장애 아동·청소년 및 성장기 학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성 가치관을 정립하고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사업으로, 전년도에는 총 5억5600만원이 편성된 바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장애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 예산 3억4천여만원 가운데 3억원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으로 이관했다”면서도 “일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교육 예산은 감액된 게 맞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법합성물 집단 성범죄 사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성 인권 교육 부재’를 꼽는다. 왜곡된 성 관념, 성차별에 대한 인식 부족, 인권 감수성의 전반적 결핍 등이 여성 지인을 ‘성적 도구’로 보고 멸시·능욕하는 ‘범죄’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성교육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두고 전문가들은 “안일한 판단이었다”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존 자료를 활용하면 된다는 (여가부의) 발상은 너무나 안일하다, 지금은 예산을 늘려도 부족할 판”이라며 “이번 (불법합성물 집단 성범죄) 사태의 확산과 재발을 막을 핵심은 ‘인식개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매우 중요한 만큼 필요하면 긴급 예산 편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는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두고 “발언에 담겨야 했던 것은 그간 정부의 노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앞으로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구체적 과제, 그리고 강력한 실행 의지 표명이었어야 했다”(한국여성의전화)는 비판도 나왔다.

또 단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여가부 폐지 추진, 여가부 장관 장기간 공석 등을 언급하며 “정부, 국회, 정당 모두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사태는 여성을 동료 시민이 아닌 유희거리로 취급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성차별적 문화,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산업구조의 확대·양산, 그리고 이 산업을 규제하지 않는, 그리하여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는 정부,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수사·사법기관, 관련 정책 감시에 소홀하며 입법 공백을 방관한 국회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 한겨레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해 끈질기게 취재합니다.
[추적보도 https://campaign.hani.co.kr/deepf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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