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싸움만 하는 이상한 대통령 [성한용 칼럼]
성한용 | 선임기자
요즘 윤석열 대통령 심기가 매우 불편한 것 같다. 지난 26일 현안 브리핑을 한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의 표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느껴졌다.
“이달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브리핑이나 논평 중에 친일을 언급한 건수만 33건에 이른다. 친일 프레임 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오직 정부 공격용으로 독도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면 과연 공당이 맞는지, 국익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광우병, 사드, 후쿠시마에 이어 이제는 독도 지우기에 계엄령 준비설까지 야당은 괴담이 아니고선 존재 이유가 없는 건가? 강성 지지층을 위해 근거 없는 괴담 선동을 했다면 이 또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소모적 논쟁이 과연 도대체 국민이 먹고사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 건가? 현명한 국민 여러분께서는 철 지난 친일, 계엄 몰이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을 줄줄이 공직에 기용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논리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찼는지 27일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정부는 5년간 400조원 이상의 국가 채무를 늘렸는데,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임기 절반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전임자 탓이다.
“국무위원들이 국회 출석에 따른 피로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국정을 다룰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생기고, 국·과장급도 이를 뒷받침하느라 힘들어한다.”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하는 공직자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 국무위원이 출석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다. 국무위원과 국·과장들의 국회 스트레스를 걱정해주는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인 것 같다. 국회가 싫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을 열어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에 ‘저출생 대응’을 더한 ‘4+1 개혁’의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내용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
국민에게 설명할 개혁의 추진 성과가 있었던가? 향후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 마음대로 되는 것일까? 개혁은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어렵다.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엇을 하겠다는 설명보다 어떻게 입법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상식적이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의한 ‘영수회담’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그런가? 국회가 지금 비정상인가? 이재명 대표와 만나기 싫어서 이상한 핑계를 대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이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정 간 소통 강화는 어쨌든 좋은 일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과는 왜 만나지 않을까? 민주당 의원들과는 왜 대화하지 않을까? 이상한 일이다.
총선 뒤 국회가 원 구성을 마치면 개원식을 한다. 국회 개원식에는 대통령이 가서 연설하는 게 관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원식에 꼭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가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개원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심기를 살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래도 국회가 싫은 것 같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다. 행정부 수반이다. 그러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국정의 대부분은 법률로 이뤄진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의 협조를 받거나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노태우 대통령은 임기 초반 여소야대를 현실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했다. 임기 중반에는 3당 합당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노동법 강행 처리를 위해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에서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자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을 ‘꿔주기’까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 싸움만 한다. 그렇다고 무슨 궁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희한한 일이다. 이대로 남은 임기를 버틸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 대답해보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한, 불편한 기류…‘의대 증원’ 두고 당내 균열까지
- 간호사가 일부 ‘의사 업무’ 한다…PA간호사 의료행위 합법화
- 야당 의원 “아버지가 응급실 뺑뺑이 돌다 돌아가셔…엄청난 분노”
- 재산 333억 신고...‘삼성 사장 출신’ 국힘 의원은 누구?
- NCT 태일 성범죄로 피소…SM “팀 퇴출 결정”
- ‘주거 침입’ 현직 경찰, 13년 전 성폭행 사건 DNA도 일치
- KBS “광복절 기미가요, 일반인 알기 어려워…편곡해서 써”
- 주한영국대사, ‘여성 1명’ 통일부 포럼 불참 뜻…“성평등 가치 지지”
- 3500년 전 온전한 항아리 깬 4살…박물관 너그러운 대처 ‘감동’
- “우리가 딥페이크 형량 줄인 법” 공유…로펌 홍보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