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대가' 김은희 작가가 본 민속…"우리 삶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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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유혹하는 귀신의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국스러운 귀신을 떠올리게 됐죠."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는 28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박물관 민속학 교실 특강에서 드라마 '악귀'를 준비하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은 뒤에 누군가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고 하면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민속학이었다"고 말하며 민속을 일컬어 '삶',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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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드라마 제작 '위기'…신인 도전 기회 사라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청춘을 유혹하는 귀신의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국스러운 귀신을 떠올리게 됐죠."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는 28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박물관 민속학 교실 특강에서 드라마 '악귀'를 준비하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해 방영한 '악귀'는 오컬트라는 장르에 청춘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수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유품을 받은 뒤 악귀에 씌어 기이한 일들을 겪는 과정을 다루면서 민속학적 요소를 더해 주목받은 바 있다.
김 작가는 대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경험을 언급하며 "전시된 유물을 보면서 이 물건을 쓰던 누군가도 또 다른 청춘이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재가 드라마 속 붉은 댕기, 옥비녀, 금줄 등이다. 어린아이의 혼을 가두고 귀신으로 만드는 '염매' 의식 역시 오랜 조사 끝에 찾아낸 내용이라고 한다.
김 작가는 "여러 미신과 무속신앙을 조사하면서 '왜 이런 믿음이 있었을까', '왜 생겼을까' 생각했다. 한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에 소재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우리다운 것, 우리 곁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찾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민속이 다루는 분야는 '우리의 삶'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킹덤' 드라마를 작업할 때 궁궐이나 왕조에 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당시 민중의 삶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많지 않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은 뒤에 누군가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고 하면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민속학이었다"고 말하며 민속을 일컬어 '삶', '이야기'라고 했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민속은 동서고금의 삼라만상을 다루는 학문"이라며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 쉬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작품마다 탄탄한 서사를 선보이며 '김은희 표 장르물'을 인정받는 그의 인기를 보여주듯 행사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180석 규모의 강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 작가는 스스로 '노력형 작가'로 칭하며 꾸준히 쓸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초반에는 '못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지금도 드라마 방송 중에 올라오는 시청자 반응은 못 보고, 다음 날 시청률이 나올 때까지는 잠도 못 잔다"고 털어놨다.
"저는 초고부터 잘 쓰는 작가가 아니에요. 초고를 쓰고 모니터링한 뒤,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죠. 재밌을 때까지 대본을 고치는 열정 하나는 확실합니다." (웃음)
김 작가는 최근 드라마·영화 제작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위기"라며 "영화계도 위기이고, 드라마 쪽도 평소에 200편 정도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100편 정도로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도 점점 많이 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인 (작가)들이 도전할 만한 기회가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작가는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선에)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면 좋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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