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전세 효용 끝나…車도 포니·페라리 있듯 다양한 임대 모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제공]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 일변도의 임대주택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기업이 참여하는 20년 장기임대주택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박 장관은 28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서울 용산구 '베르디움 프렌즈'를 찾아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추진'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도 '전세는 서서히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던 박 장관은 이날도 "전세는 효용을 다했다"고 전했다. 그는 "악질적인 전세사기범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전세 제도를 대체하거나 전세 외 선택지를 만드는 게 이 제도의 출발"이라며 "(기업형 민간임대는) 전 세계에 다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없앨 수는 없기에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도입해 전세 외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목돈(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과 전세사기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영세한 개인이 집주인인 임대주택은 제공할 수 없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20년 장기임대의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현재 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은 고급화한 대신 임대료를 높게 받는 경우가 많아 20년 장기임대주택이 전반적인 임대료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보증금을 대폭 낮춘 대신 월세를 내야 하니 월세 부담 자체는 있을 것"이라며 "전세의 경우에도 전세금을 국민은행, 신한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사실상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얼마 이하로 하라고 하면 이 시장은 형성될 수가 없다"며 "음식값이 천차만별이듯 임대주택도 위치 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기업들이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 금융 기법을 활용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장관의 예상이다. 목표 계층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은 안 되는 서민·청년부터 고소득층까지 다양하다.박 장관은 "자동차도 포니가 있고, 페라리가 있듯 임대주택도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찾은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리츠가 운영하는 186세대 규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8년간 임대한 뒤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삼각지역 바로 앞에 위치하며, 조식, 피트니스, 세탁 등 주거 서비스가 훌륭해 입주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임대료는 전용면적 19㎡ 타입이 보증금 8316만원에 임대료 13만7000원, 39㎡ 타입은 보증금 1억6000만원에 27만3000원 수준이다.

박 장관은 "현행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커버할 수 없고,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기까지 8년을 기다려야 하니 완벽한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주택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라고 했다.

20년 장기임대는 임차인이 공모 리츠 지분을 우선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