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신규대출 못할수…대출 유목민 현상도"…은행들 와글와글

노명현 2024. 8. 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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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이달 기준 이미 연간 목표치 120%
DSR 페널티 피하려면 신규 대출 큰폭 축소
실수요자 대부분인데 사실상 '대출총량 규제'

대출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은행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신규 대출 취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당국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대출에는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내년 경영 계획에 페널티를 받지 않으려면 신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3년 전 대출총량 규제 때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총량 안 줄이면 '페널티'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은행 연간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106.1%를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작년 말보다 가계대출 잔액(정책상품 제외, 자체대출 기준)은 16조1000억원 증가, 목표치(13조3000억원)의 121.1%에 달한다. 은행들이 연초 세웠던 경영계획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여신 심사를 강화해 실수요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투기 수요로 볼 수 있는 불요불급한 대출은 억제해달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경영계획 초과 은행에 대해선 경영계획 수립과 관리 적정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수립토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금감원 "가계대출 목표 초과 은행, 내년 DSR 관리 페널티"(8월27일)

구체적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의 경우 내년에 시행하는 은행별 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DSR 관리목표를 설정토록 하는 내용이다.

가령 각 은행별로 현재 가계대출의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가 35%인데, 해당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했다면 내년 관리목표 DSR을 35%보다 강화(예시 30%)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은행은 내년에 공급할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이 같은 페널티를 받지 않으려면 은행들은 남은 4개월 동안 가계대출 잔액을 줄여야 한다. 경영계획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인 만큼 신규 대출 취급액이 원금 상환액보다 적어야 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은행마다 월별 가계대출 상환액이 5000억~1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보다 적은 규모로 신규 대출을 취급하면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매달 돌아오는 상환액 대비 신규 대출을 많이 못한다는 의미로 관리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및 계획

'대출 유목민' 또 발생할수도

금감원 시각과 달리 은행권에선 신규 대출 취급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간 경영계획 목표치를 맞추려면 매달 새롭게 나가는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은행을 찾는 대다수 발걸음은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실수요자라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실수요자 대상 대출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3년 전 대출총량 규제 때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별 상환 금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은행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대출 잔액을 줄이려면 신규 대출을 조절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결국 금리를 올리거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도 대출 제한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출총량을 규제했던 3년전에는 가상화폐 등 투자 수요도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주택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며 "잔액을 줄이기 위해 은행들이 영업점 별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면 실수요자들은 대출 가능한 은행을 찾기 위해 영업점을 떠도는 이른바 '대출 유목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이번 방안을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페널티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은행들은 사실 상 신규 대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며 "실수요자 중심 대출 공급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년 경영계획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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