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님 공연, 영화로 한 번 더 보려고"…하늘빛으로 물든 극장
굿즈로 멋 내고 인증샷·손뼉 치고 환호하며 관람…전국서 3천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웅시대, 즐거우신가요?"
"네∼"
"그렇다면 소리 질러!"
"와∼"
28일 오전 찾은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약 600여명의 관객이 시선을 고정한 스크린에서는 영화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나오고 있었다.
가수 임영웅이 지난 5월 25∼26일 이틀간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벌)에서 연 콘서트 실황과 그 뒷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으로, 개봉일인 이날 일반관과 아이맥스, 스크린X에서 상영됐다. 공연 실황 영화가 아이맥스·스크린X에서 동시 개봉하는 건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최초다.
이 작품은 CGV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콘텐츠지만 전체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대작 영화도 달성하기 어려운 약 13만명의 예매 관객 수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자랑하는 용산아이파크몰점 아이맥스관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예매 경쟁)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5번의 상영 회차가 장애인석 등 일부 좌석을 제외하면 624석 대부분이 팔렸다. 단순 관객 수로 계산한다면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를 보기 위해 3천명이 넘는 사람이 한 극장에 몰린 셈이다.
CGV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4층 광장에 팬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히어로 가든'을 설치했다. 콘서트 당시 임영웅이 탔던 열기구를 본뜬 모형과 대형 사진 등으로 꾸며졌다.
첫 상영이 있는 오전 7시 이전부터 극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전국 각지에서 온 임영웅의 팬들로 가득했다. 공식 팬카페인 '영웅시대'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 울산, 대구, 대전, 강릉, 청주 등지에서 극장을 찾았다는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실내로 들어서자 임영웅의 상징색인 하늘색 소품으로 멋을 낸 중년 여성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팬덤 이름인 'HERO GENERATION'(영웅시대)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비롯해 가방, 모자, 인형 등으로 멋을 낸 모습이었다.
상영 한참 전부터 매표소와 매점이 있는 6층과 상영관이 있는 7층에 모여든 팬들은 들뜬 표정으로 영화 포스터가 띄워진 LED 광고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임영웅의 사진으로 장식된 팝콘 통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함께 온 딸이나 아들에게 촬영을 부탁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조모(67) 씨는 "5월 직접 현장에 가서 콘서트를 봤지만, 한 번 더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서울까지 왔다"며 "내일 것도 예매에 성공해 재방문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민애(58) 씨는 "딸이 예매해준 덕에 '영웅님'을 또 볼 수 있게 됐다. 너무 설렌다"며 "콘서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왁자지껄하던 아이맥스관은 영화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영상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그러나 화면에 임영웅이 등장하는 순간 '와' 하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반 영화였다면 '관크'(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로 찍혔을 법하지만, 이날 팬들은 임영웅이 실제로 앞에 있기라도 한 듯 큰 소리로 함께 응원했다. 다만 순조로운 관람을 위해 응원봉을 가져와 흔드는 사람은 없었다.
스크린 속 임영웅이 공연장의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자 극장 좌석에 앉아 있던 팬들 역시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마이클 잭슨의 재킷이 연상되는 화려한 차림을 한 그가 '런던 보이' 등 댄스곡을 소화할 때는 객석에서도 춤바람이 났다. 앉은 채로 작게 몸을 흔들며 손뼉을 치고 소곤소곤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공연장 한복판에 설치된 무대 위 의자에 앉은 임영웅이 위로를 전하는 발라드곡 '온기'를 부를 때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보였다.
장난기 어린 일상의 모습으로 웃음을, 진심 어린 인터뷰와 무대로 감동을 안긴 영화가 108분의 러닝타임을 채우고 끝나자 팬들은 아쉬운 듯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빈 팝콘 통과 콜라 잔을 챙기며 상영관을 나서던 이선화(61) 씨는 "2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한 3시간은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 "오늘은 맛보기이고 주말에 한 번 더 와서 제대로 감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행한 박모(64) 씨 역시 "내일은 갤러리가 마련된 왕십리 극장으로 가려 한다"며 "이번 영화로 알지 못했던 임영웅님의 속마음과 콘서트 뒷얘기를 알게 돼 더 감동적"이라고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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