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S 전영현號 100일…'반도체 위상 회복' 남은 과제는?

이성락 2024. 8. 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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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취임 100일
'분위기 쇄신 성공' 업계 안팎 긍정적 평가
HBM 주도권 탈환 등 남은 과제 산적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이 28일로 취임 100일차를 맞았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반도체 위기 극복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조직 재정비를 통한 분위기 쇄신에 속도를 내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금까지 전 부회장을 향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반도체 위상 회복'이라는 전 부회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이날로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지난 5월 21일 깜짝 인사를 통해 DS 수장이 된 전 부회장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사업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직 재정비에 몰두했다는 평가다. 앞서 삼성전자는 DS 새 수장으로 전 부회장을 임명하면서 그의 역할에 대해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 부회장 취임 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업황이 침체했으나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지난해 DS부문에서만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직후 각 사업부 현안을 검토했고, 발 빠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HBM 개발 전담 조직을 꾸리고 연구소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미래 준비'에 적극 나섰다. 내부적으로도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며 쇄신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맞서 극복해 내는 삼성 특유의 조직 문화의 재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 부회장 취임 후 DS 실적은 개선됐다. 올해 2분기 8개 분기 만에 최대치인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조직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점과 함께 전 부회장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전 부회장 자신은 만족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 부회장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는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전영현 DS부문장의 100일 성적에 대한 내부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더팩트 DB

전 부회장의 궁극적 목표는 '최고 반도체 기업'으로서 재차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며 당부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러한 위상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전 부회장은 이러한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도전적인 조직 문화 아래 미래 기술력을 확보하고 사업부 소통·토론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겠다'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먼저 취임 초부터 거론된 HBM 최대 고객 엔비디아와의 관계가 긴밀해질 필요성이 있다. 물론 전망은 나쁘지 않다. HBM3 납품에 이어 3분기 중 HBM3E도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고용량 제품인 HBM3E 12단, 내년 하반기 양산하는 6세대 HBM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모리 1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주요 과제다. 경쟁사가 추격하는 가운데 DDR5 등 최신 D램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반대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2분기 점유율은 13%에 머물러 있다. TSMC 점유율은 62%다.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기 위해선 노조 리스크도 해결해야 한다. DS 직원이 주축인 사내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임금인상 등을 놓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앞서 전삼노는 '생산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노조 파업을 포함해 (삼성을 둘러싼 여러) 불안정한 요소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 반도체 D램 개발 연구원 출신인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합류, 이후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한 반도체 전문가다.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고, 올해 초 전자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다 DS로 복귀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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