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 소아마비 백신 접종 차질···인도적 전투 중지해야”

선명수 기자 2024. 8. 28. 12: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10세 미만 64만명 대상
백신 접종에 5~7일 정도 소요될 듯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소아마비가 발병한 생후 10개월 아기가 피란촌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엔이 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소아마비 백신 접종 계획을 세웠으나 이스라엘군의 연이은 대피령 발동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지난 25일 120만회분의 소아마비 백신이 가자지구에 도착했으나, 계속되는 대피 명령과 연이은 폭격으로 백신 배포가 어려운 상황이다.

접종 대상은 가자지구 내 10세 미만의 어린이 64만명으로,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백신 접종에 5~7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아마비는 예방 접종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사라진 ‘구시대 감염병’으로 꼽힌다. 가자지구에서 최근 25년 만에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해 질병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태어난 것으로 추산되는 아기 5만명은 대부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백신 접종을 위해 며칠만이라도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엔 아동구호기구 유니세프 중동지역 대변인인 조너선 크릭스는 “지금처럼 전투가 활발한 지역에서 대규모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백신 접종을 위한 5~7일간의 전투 중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소아마비의 빠른 확산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가자지구 모든 어린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휴전협상과 별개로 백신 접종을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번 주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이스라엘군과 협의 중이다. 앞서 휴전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19일 이스라엘을 찾았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백신 반입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폭격 중단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최근 들어 더 자주 대피령을 발동하고 민간인 대피 지역인 ‘인도주의 구역’을 축소하면서 가자지구 내 보건 위기가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설정한 ‘인도주의 구역’의 크기는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1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서 23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전체 면적의 10분의 1 크기의 ‘피란처’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은 “이스라엘이 대피 장소로 지정한 알마와시는 가자지구 총면적의 11%인 41㎢에 불과하며 생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지역”이라며 “그런데도 잦은 대피령으로 피란민이 몰려 1㎢당 3만~3만4000명의 인구 밀도를 나타내는 극심한 과밀지역이 됐다”고 밝혔다. OCHA는 이곳의 식수 및 위생시설, 의료 서비스 부족 등이 전염병 확산 등 심각한 보건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어린이들이 방치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판과 경고에도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중부 일대에 대피령 발동을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들어 총 16차례 대피령을 내렸고, 지난주(19~24일)에만 일주일새 최다 기록이라 할 수 있는 5차례 대피령을 발동했다.

최근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중부 데이르알발라에는 대피령과 연이은 폭격 이후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우물 18개 중 15개가 파괴돼 해당 지역의 물 용량이 80% 감소했다고 OCHA는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땅굴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1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326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인질은 지난해 10월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된 아랍계 베두인족 52세 남성 카이드 파르한 알카디로, 땅굴에서 생존한 채로 구출된 첫 인질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보안 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군이 땅굴을 수색하던 중 홀로 남겨져 있는 그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미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알카디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출’된 게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알카디가 억류돼 있던 지하 공간에서 탈출해 인근을 수색 중이던 이스라엘군을 스스로 찾아갔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도 그를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