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 트리오, 손흥민·여름·청춘에 바치는 티키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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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전문 작가인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자신의 저서 '축구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썼다.
골은 언제나 콤비 플레이의 긴 사슬의 결과물인데, 패스가 이 사슬의 실체라고.
앞선 바우젠바인의 문장을 빌리면, 곡은 언제나 삼각편대 플레이의 긴 사슬의 결과물인데, 합주가 이 사슬의 실체다.
이런 윤석철 트리오의 재치가 늦여름의 무더위를 견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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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정서현 인턴 기자 = 독일 축구전문 작가인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자신의 저서 '축구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썼다. 골은 언제나 콤비 플레이의 긴 사슬의 결과물인데, 패스가 이 사슬의 실체라고.
그럼 재즈 트리오의 연주는 무엇인가. 앞선 바우젠바인의 문장을 빌리면, 곡은 언제나 삼각편대 플레이의 긴 사슬의 결과물인데, 합주가 이 사슬의 실체다.
'윤석철 트리오'가 5년 만인 28일 오후 12시 발매하는 새 정규앨범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엔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전성시대의 '티키타카'를 방불케 하는 위트가 넘친다. 윤석철(피아노), 정상이(베이스), 김영진(드럼)의 차진 합 덕분이다.
박기훈, 이삼수,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이 가세해 축구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에게 헌정한 첫 트랙 '소니 네버 겟츠 블루(Sonny never gets blue)'가 대표적인 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의 호흡은 잔패스를 주고 받으며 경기의 흐름을 극적으로 살려내는 손흥민의 담백한 몸짓을 보는 듯 경쾌하다. 제목 덕분인지 '재즈 테너 색소폰의 전설'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의 우아함도 깃든 듯하다.
이밖에도 3박·4박·5박·6박·7박 등 여러 리듬은 다양한 축구 패스 호흡의 그것과 같다. 이런 윤석철 트리오의 재치가 늦여름의 무더위를 견디게 한다.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도전, 사랑, 열정, 추억 등 '여름'을 중심으로 펼쳐진 열 가지의 주제를 담았다. 이 열 명의 선수들은 아직 상당수 대중의 알고리즘엔 아직 묶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음원 공개라는 슛을 쏜 이후, 플레이리스트라는 골문이 차차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특히 '너와 나는 같은 걸 보고 있었어'가 센터 포워드다. 연인 간의 생각이나 시선, 짧은 단어, 사소한 제스처 등 의식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불균형을 담은 곡으로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다. 윤석철이 그린 스토리텔링은 언제나 골대 빈 틈을 보는 긴장감을 준다.
그건 김수영 시인의 '여름밤'과 같은 정서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 하늘의 천둥이 번쩍인다 / 여름밤은 깊을수록 / 이래서 좋아진다."
지치지 않는 도시의 밤거리를 표현한 '삼바 드 서울', 정해진 루틴이 없는 게 루틴이라고 역설하는 '루틴 없는 게 루틴', 비 내리는 방 안 홀로 깊은 상념에 잠긴 '말 없는 사람', 어릴 적 시장의 풍경을 풀어낸 '오일장', 쇼츠 중독을 표현한 '쇼츠하이' 등은 여름이 유난히 소란스럽다는 걸 증명한다. 하지만 그건 소음이 아닌 번쩍임이다. 다음은 최근 서울에서 만난 윤석철 트리오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정규 앨범은 5년 만입니다.
"중간에 트리오의 EP가 있었어요. 멤버들이 다 연주자다 보니 윤석철 트리오 말고도 개인적으로 세션이나 혹은 다른 프로젝트들로 엄청 바빴죠. 저도 그래요. '이제 정규 앨범을 발매 할 때가 된 것 같다'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5년이 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동안 많은 걸 했으니까요."(윤석철)
-첫 번째 트랙의 주인공은 소니 롤린스인 줄 알았어요.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장난을 쳤어요. 작업이 안 되고 힘들 때 해외축구를 보는데, 손흥민 선수의 축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정말 너무 멋있었습니다. 이 분한테 꼭 곡을 헌정하고 싶었어요. 제목 고르는 데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웬 소니 겟츠 블루(When Sonny gets blue)'라는 재즈 스탠더드 곡을 틀어서 '소니는 절대 우울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고 결국은 쟁취해낸다'는 의미로 제목을 지었습니다."(윤석철)
-이번 앨범이 여름 테마인 이유는요?
"팬 분들 중 트리오와 여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세요. 개인적으로는 여름을 싫어해요. 여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 생각보다 없다고 느꼈습니다. 저에게 스스로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여름을 안 좋아할까. 너무 덥고 처지고… 그런데 이번에 생각했던 게 여름을 싫어하지만 제가 여름을 굉장히 동경한다고 있다고 느꼈어요.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요. 주위에 육체적으로 건강하신 분들이 많아요. 여름마다 서핑을 다니거나 놀러다니시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을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라는 제목의 곡을 지었습니다. 여름을 동경하고 좋아하고 싶은 마음으로요. 여름이 어떻게 보면 청춘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름이란 것에 '나의 청춘은 아직 안 끝났어', 청춘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모습을 담아봤습니다."(윤석철)
-백예린, 자이언티 같은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시기도 했는데요, 이번 앨범의 타깃층은 어떻게 설정했나요?
"특정 타깃을 놓고 만들진 않았어요. 다만 30~40대 분들이 저희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10~20대 분들이 '재즈 들어볼까' 할 때 입문할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윤석철)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많이 하셨어요. 아이돌 등과 협업 계획이 있다면요?
"최근 밴드 '데이식스' 원필과 작업했었요. 컬래버레이션에 열린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주셔서 인상이 좋았습니다. 아이돌 신보가 나오면 들어보는 편이에요. 협업에 열려 있고 고려하고 있습니다."(윤석철)
-세 분이서 조율은 어떻게 하시나요?
"석철 씨가 큰 틀을 짜요. 곡을 만드는 건 석철 씨죠. 드럼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죠. 그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결과물이 괜찮아요. 저랑 느낌이 다를 때는 제시해요. 서로 의견이 5 대 5로 섞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운드가 나왔을 때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김영진)
"소통의 미묘한 차이로 작은 틈이 벌어지는데, 이게 앞으로 가면서 계속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 인식의 차이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음악으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생각해요. '너와 나는 같은 걸 보고 있었어' 인트로에서 피아노 리프가 나오는데, 중간에서 나오는 '다다다'와 맨 마지막의 '다다다'랑 솔로 부분에서 나오는 '다다다'의 코드 진행이 조금씩 달라요. 저희끼리만 알 수 있는 코드진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장치로 새로운 표현을 해보고자 했어요."(윤석철)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 씨와도 대화를 나눴나요?
"별로 대화를 나누진 않아요. 되게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열심히 했다, 고생했다'라며 곡마다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타이틀 곡이 제일 좋다고 하셨는데, 타이틀곡인지 인지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윤석철)
-지난 EP가 실험적이었어요. 이번에도 실험적인 걸 시도한 곡이 있나요?
"'쇼츠하이'요. 요즘 현대인들이 짧은 영상에 중독돼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잖아요. (저도) 집중 못하고, 계속 보게 되는데 너무 현타가 왔어요. 그런 쇼츠를 넘기는 행위를 음악으로 만들면 어떨까 했죠. 곡 구성이 일관적이지 않고 들어보시면 아마 '아… 쇼츠라는 걸 이렇게 표현했구나' 하고 아실 수 있지 않을까요. 쇼츠에 중독돼서 뇌가 녹아버리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윤석철)
-소재를 일상적인 것에서 많이 차용하시는 것 같아요.
"저말고도 많은 뮤지션들이 일상의 것들로 만드실 거예요. 많은 분들이 재즈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로 입문하셨으면 좋겠어요. 더 딥한 재즈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가수 분들과도 많이 활동을 하는데, 그렇게 해서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백예린 씨 팬이나 자이언티 씨 팬이 그 예죠."(윤석철)
-마지막 트랙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가 12분짜리예요.
"테마의 전체 길이로 베이스가 솔로를 하고, 피아노가 전체 길이로 솔로를 하고, 드럼 솔로 테마가 나옵니다. 테마 길이 자체를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음악 자체가 길어졌어요. 여름이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듯이, 테마의 길이를 그대로 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그걸 그대로 유지하면서 솔로를 해서 신선한 방식이었죠."(정상이)
"테마 자체도 긴데, 베이스가 통으로 솔로를 하고 뒤에 드럼 솔로를 하면서 또 셋이서 막 솔로 연주를 하며 계속 가요. 녹음할 때 되게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해요. 아무리 연주해도 안 끝나니까요. 하하. 그래도 재밌게 연주했어요."(윤석철)
-이번 앨범 목표와 앞으로 활동 계획은요?
"'윤석철 트리오' 곡 중 '즐겁게, 음악'과 '여대 앞에 사는 남자'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세요. 공연에서 두 곡을 들려달라고 하세요. 이번에 그 둘을 뛰어넘고 싶어요. 두 곡이 실린 앨범이 나온 게 벌써 10년 전이에요. 이번 앨범 수록곡들이 '대체했으면 좋겠다'라는 목표가 있어요. 저희는 더 열심히 연주하러 다닐 거예요."(윤석철)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dochi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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