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보다 경제안보 중시… 무역파트너 다변화해야”[문화미래리포트 2024]
2세션 - 탈세계화 시대, 경제 어디로 가나
“中 공급망허브 부상에 각국 긴장
WTO는 축소, 소규모협정 늘것”
“한국무역에서 中비중 줄어들어
CPTPP 가입통해 해법 모색을”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24’ 제2세션에서는 ‘탈세계화 시대, 경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미·중 공급망 경쟁,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영향,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글로벌 무역 시스템 운명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제2세션 첫 번째 연사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오늘날 세계 경제 질서는 무역 자유화보다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와 미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은 무역파트너를 다변화·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인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소다자주의 늘어날 것”= 커틀러 부회장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무역 장벽을 끊임없이 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중국의 부상에 있다”며 “중국은 제조 허브, 전 세계 공장의 입지에서 이젠 전 세계 공급망의 허브로서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양국 관계의 토대였던 경제 분야가 오히려 나머지 관계를 긴장되게 만들고 있다”며 “양국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 과제 중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써가며 기업들에 공급망을 중국이 아닌 그 외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강요할 수 있겠지만, 기업이 언제 이주하고 어느 나라로 갈 것인지, 어떻게 공급망을 다변화할 것인지 등의 최종 결정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스템과 관련해선 “WTO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축소될 것”이라며 “대신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국가들 간 그룹 무역협정이 체결된다든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혹은 핵심광물파트너십 같은 지역별·소규모 협정과 규칙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미국과 중국을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하려고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는 무역 협상을 다른 파트너들과 체결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엔 “바이든 행정부가 하던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통상문제에 기후·노동·환경 문제를 연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에 대해선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과정에서 다변화·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기에도 무역은 계속돼”= 어윈 교수는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정학적 위험이 적어야 국가 간 무역도 늘었다”면서 “현재의 세계화는 ‘플랫(침체)’한 상태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교역량은 그대로”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무역이 사라지진 않는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문제 등에도 무역은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고, 미국의 수출통제 참여 요구는 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통상정책과 관련해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미국이 이제는 자유무역을 원치 않는다”면서 “경제 대비 지정학적 문제가 중요해졌고, 효율성보다는 안보가 중요해졌는데 미국만 우선순위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윈 교수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에는 CPTPP가 해답이 될 수 있다”며 “CPTPP에 가입해서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경·이예린·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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