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양적·질적 증대… ‘워싱턴 선언’ 이상 필요할수도”[문화미래리포트 2024]
1세션 - 글로벌 복합전쟁 시대의 생존 전략
“美 본토 방어 주력할 가능성
독자 핵개발 논쟁 등 커질 것”
“北 핵무기 함부로 사용못해
전술핵 재배치 낭비” 주장도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24’ 1세션에서는 ‘글로벌 복합전쟁 시대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새롭게 부상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논의됐다.
1세션 첫 번째 연사인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특훈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프로그램은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진전이 있었다”며 “미국이 핵무기로 한국을 도와주려 하기보단, 본토 방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 전술핵 재배치 등을 반대하며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함부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선언’ 충분한지 의문” = 브랜즈 교수는 “유라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를 둘러싼 물리적 충돌을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유민주주의 국가 진영과 독재국가 진영의 대립에 따른 대리전”이라고 규정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이란, 북한, 중국 등은 (자신들도) 승리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평가했다. 브랜즈 교수는 “서태평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이) 전 세계가 1940년대(제2차 세계대전 발발)에 보지 못했던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군사력은 커지고 있는 반면, 경제력은 약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중 관계가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이 대만 등에서 무력으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전쟁에 근접하는 북한 도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지난해 ‘워싱턴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브랜즈 교수는 한국에서 핵무기 재배치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북한의 ICBM 능력이 미국의 본토 미사일 방어 능력을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로 한국을 도와주려 하기보단, 본토 방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과 맺은 약속 일부 혹은 전체를 지키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며 “한국의 독자적 핵 억지력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무기 함부로 사용 못 해” =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게 돼 경제적 창구가 닫히게 될 것”이라며 “미국도 (한국 때문에) NPT를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핵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타격 능력을 갖췄는데, 왜 북한의 사정권 안에 핵무기를 놓는 데 자원을 소모하는가”라며 “전술핵 배치를 위해선 보관창고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관리·유지에 막대한 비용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할 때 중국이 한국에 얼마나 경제적 피해를 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국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국제사회 평판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잠수함 보유 주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핵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게 자체 핵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안전해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북·중 관계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수혜자였음에도 ‘중국의 속국’ 개념에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며 “북·중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에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중국이 개입할지가 아니라 언제 개입할까를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현·이현욱·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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