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임대주택 나온다…보험사 참여도 허용(종합)

박초롱 2024. 8. 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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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 발표
'법인 중과세제 완화' 세제 혜택…기업 참여도가 관건
임대료 규제 적용받으면 정부지원 확대…사업모델 3가지로 분류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택가 모습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택가 모습. 2024.8.27 hwayoung7@yna.co.kr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기업의 주택 임대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임대료 규제를 싹 푼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과 달리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 인상률도 허용한다.

영세한 개인 위주인 데다 전세사기까지 문제가 된 민간 임대시장에 기업을 끌어들여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형태다. 임대 가능한 주택 형태에는 제한이 없다.

핵심은 임대료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이다.

이는 기업이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뒤 집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임대 수익만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다.

현재 100가구 이상을 보유한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 규제와 함께 상승률이 해당 지역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안 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서울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이 3%라면 서울에서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은 5%가 아닌 3% 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를 올릴 때는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하며, 임차인이 바뀌어도 의무 임대 기간에는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받는다.

정부는 20년 장기임대주택에서 이런 규제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20년 장기임대주택 임대료 규제 적용기준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임대료 규제는 사업 모델을 ▲ 자율형 ▲ 준자율형 ▲ 지원형으로 나눠 차등 적용한다.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정부 지원도 늘어나는 구조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에서 자유롭다. 임대보증 가입과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만 지키면 된다. 대신 별다른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준자율형'은 임대 기간 중 세입자가 계속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대신 주택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저리 기금 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준다.

'지원형'은 초기 임대료가 시세의 95%로 제한되며, 무주택자 우선공급 의무도 부여된다. 규제를 많이 받지만, 기금 출자·융자, 공공택지 할인 등 지원도 크다.

유형별 임대료 증액 기준을 지키는 사업자에게는 법인 중과세 배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 법인세 추가 과세(20%)에서 배제한다.

기업형 장기임대 사업자가 도심 민간 부지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개인 토지주가 부지를 매각하면 양도세를 감면(10%)해주고, 법인 소유 토지 매각 때는 법인세 10%포인트 추가 과세에서 배제한다.

현행-신유형 장기임대 사업모델 비교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년 장기 사업인 만큼 장기 투자에 적합한 보험사의 진입 장벽도 없애주기로 했다.

보험사의 임대주택 투자를 허용하고, 장기 임대주택 보유 때는 재무 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20%에서 25%로 완화해 적용한다.

법인 임대사업자 간 임대주택 거래 규제도 푼다.

적절한 시기에 사업자를 변경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5년 이상 임대 운영 후 임대주택 전체를 포괄적으로 넘기면 넘겨받은 사업자가 기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괄양수도'를 허용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으로) 이사 걱정, 전세사기 걱정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법 개정, 사업지 발굴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간 1만가구씩 2035년까지 10만가구의 20년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령층 특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올해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래픽] 장기임대주택 공급 방안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관건은 기업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내느냐다.

박 장관은 "분양 사업이 아니기에 한꺼번에 대박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어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받는 민간임대주택을 소비자들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제한은 있을 것이며, 20년 장기임대 도입은 '주거 선택권'을 넓혀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국토부는 이날 지은 지 30년 이상 지난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해 203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앞으로 노후 공공청사나 폐교 예정 학교 부지는 임대주택 복합개발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주택사업 시행자가 직접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금은 정부, 지자체, 주민 간 이견 등으로 지체되고 있는 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복합개발 대상 부지는 입체복합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2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역세권이거나 공영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주차장 설치 기준도 완화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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