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명 사망’ 부천소방 에어매트, 고층용은 미인증 제품 하나뿐

10층용 에어매트 19년째 사용
5층초과는 안전 인증제도 없어

지난 22일 부천 호텔 화재 당시 ‘딱지’처럼 뒤집히며 2명이 숨진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가 부천소방서가 보유했던 12개의 에어매트 가운데 유일한 고층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증을 받지 않은 데다 내용 연수(사용 가능 기한)를 훌쩍 넘겨 19년째 사용된 노후화된 매트였지만, 5층 이상 고층 건물 화재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주거·업무·상업용 건물 상당수가 5층 이상인 현실에 발맞춘 인명 구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부천소방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소방서는 현재 5층용(사용 높이 15m 이하) 11개와 10층용(30m 이하) 1개 등 총 12개의 에어매트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 화재 당시 투입됐던 제품은 바로 이 10층용으로, 2006년 구매해 내용연수 7년을 초과한 뒤에도 심의를 거듭하며 19년째 사용되고 있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천소방서가 보유한 12개의 에어매트 중 그날 사용된 것이 유일하게 10층 높이에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머지는 5층용”이라고 말했다. 호텔 화재 당시 에어매트에 몸을 던진 남녀가 탈출을 시도했던 곳은 8층(실제는 7층)이었다.

화재에 동원된 에어매트가 보유 매트 12개 중 유일하게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미인증 제품이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5층용 매트 11개는 모두 KFI 인증을 획득한 상태였다. KFI는 5층용까지만 안전성을 인정해 인증을 해주고 있어 그 이상은 인증 대상이 아니다. 이번 호텔 화재에서처럼 고층에서 위급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다른 수단이 없으면 에어매트가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 쓰일 고층용 에어매트는 전국적으로 모두 미인증 상태로 남아있게 된 이유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국·독일·중국은 16m 이하의 높이로 인증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미국·일본 등은 별도의 인증 기준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16m가 넘는 고층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에어매트를 사용하면 부상 우려 등 여러 위험성이 있지만, 고가사다리차·완강기 등으로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현장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미비한 제도와 장비 관리가 주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소방청이 보유하고 있는 화재 진압 장비의 내구연한 경과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재연·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