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GM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짓는다

합작법인 본계약…35억달러 규모 투자

최윤호 삼성에스디아이(SDI)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컬트 켈티 제너럴모터스(GM·지엠)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왼쪽)이 2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에스디아이-지엠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 제공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지엠)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의 미국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선다. 다른 이차전지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28일 삼성에스디아이는 지엠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전용 공장을 짓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장 부지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한 끝에 이번에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공장은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짓고 있는 제1공장에 이어 미국 현지에 들어서는 2번째 셀 공장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4조6666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227만㎡ 부지에 초기 연산 27기가와트시 규모로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가동 초기에는 1년에 27기가와트시 용량만큼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뜻이다. 이 공장에서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지엠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연산 규모는 향후 36기가와트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 발판을 마련하고, 고객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사인 지엠이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거나 고객사가 확대됨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이전보다 감소한 이른바 ‘캐즘’ 현상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것이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눈길을 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18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만든,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선 이후 어떻게 될지 관심을 받는 가운데 지엠과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올해 들어 이차전지 설비 투자 의지를 밝혀왔다. 최윤호 사장은 올해 초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2024’에서 “지난해보다 설비 투자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에스디아이가 설비투자 등에 해당하는 자본적 지출(capex)을 지난해(4조3447억원 수준) 대비 5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차 생산 계획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이차전지 제조업체인 에스케이(SK)온 역시 포드와 합작법인이 미국 켄터키에 지은 2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지엠과의 합작법인이 미국에 짓던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