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반자인 삶의 무게[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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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자연스러움이 제일이다.
에어컨을 켜두고 침대에 누우면, 잠깐은 낮은 습도가 상쾌해 좋지만, 새벽 무렵 어김없이 선득한 기운에 깨곤 한다.
다음 날 아침 쾌면과는 거리가 먼 찌뿌둥함이 몸 이곳저곳에 남아 무겁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열대야를 이기기 어려워 별수 없이 에어컨을 켜두고 잠들었다가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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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은 코끼리를 업는다/ 무게를 보살피려고/ 등 뒤에서 양손으로 받치고/ 해변을 거스른다// (…) // 모든 소리가 물러났을 때/ 코끼리의 코가 내 심장 부근까지 닿았을 때/ 그제야 나는 알아챈다/ 작게 흘러나오는 그의 콧노래’
- 한정원 ‘콧노래’(시산문집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하여간 자연스러움이 제일이다. 에어컨을 켜두고 침대에 누우면, 잠깐은 낮은 습도가 상쾌해 좋지만, 새벽 무렵 어김없이 선득한 기운에 깨곤 한다. 다음 날 아침 쾌면과는 거리가 먼 찌뿌둥함이 몸 이곳저곳에 남아 무겁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열대야를 이기기 어려워 별수 없이 에어컨을 켜두고 잠들었다가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목이 붓고 종일 콧물이 차는 상태도 불편했지만, 무엇보다 온몸의 감각을 압도하는 두통으로 힘이 들었다. 작은 일을 결정하는 데에도 평소 곱절의 시간이 걸리니 도통 일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의사는 그저 푹 쉬라고 했지만, 여유 없는 자영업자에겐 허락되지 않는 처방이다. 끼니마다 알약을 삼키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 앓는 동안 나는 새삼스레 ‘평소’가 얼마나 소중한지 곱씹었다. 다를 바 없는(平) 생활의 모양(素)을 나는 얼마나 무심히 넘겨왔던가. 병이 깃들고 나서야 비로소 간절해지고 만다.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원고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바라고 또 바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나의 과제를, 버겁기만 한 세상의 기대를, 의연한 척 받아들이고 있는 의무를 퍽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깨닫는 것이다. 삶의 어려움이란 뜻밖의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리라.
오늘 아침에야 나는 조금이나마 맑은 정신을 경험하고 있다. 마침 처서가 지나고 푹푹 찌는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하다. 출근길 버스에서 이제야 해낼 수 있는 일들, 이를테면 지금 적고 있는 원고 쓰기와 일상을 떠올린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새어나왔다.
시인·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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