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테니스 트렌드’ 리더 US오픈 ②[박준용의 인앤아웃]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 SPOTV 해설위원(loveis5517@naver.com) 2024. 8. 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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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아일라 톰리아노비치. 게티이미지코리아



시즌 그랜드슬램의 대미를 장식할 US오픈이 오는 26일부터 빌리 징 킨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다. US오픈은 4대 그랜드슬램 중 최다 상금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센터코트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전 세계 코트 중 최대 규모로 약 2만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변화에 인색하고 보수적인 세계 테니스 무대에서 US오픈은 아직도 흰색 옷 등 전통을 고집하고 있는 윔블던과 완전히 상반된 행보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각종 최초의 타이틀 보유하고 다. 이 때문에 US오픈은 세계 테니스의 트렌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US오픈만의 매력과 혁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US오픈이 세계 테니스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 재즈 연주가의 이름으로 명명한 코트?

대부분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코트 명칭은 그 나라의 유명 선수들의 이름을 따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호주오픈의 센터코트는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두 차례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드 레이버의 이름 따 ‘로드 레이버 아레나’, 롤랑가로스의 센터코트는 테니스 선수와 행정가로 활약한 필립 샤트리에의 이름을 딴 ‘필립 샤트리에 코트’다.

하지만 US오픈 코트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코트의 이름은 세계적 재즈 연주가 루이 암스트롱의 이름을 따 명명하였다. 존 매켄로,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 크리스 에버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 선수들을 제치고 테니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재즈 연주가의 이름이 경기장 명칭이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루이 암스트롱은 1971년 69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몇 년 동안 US오픈이 열리는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 밖 도로 바로 아래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US오픈의 센터코트 이름의 주인공 아서 애시와 루이 암스트롱 모두 흑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에서 흑인 인종차별을 극복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테니스에서만큼은 말이다.

US오픈 루이 암스트롱 경기장 전경. 게티이미지코리아



# 그랜드슬램 최초 호크아이 도입

지금이야 어느 테니스대회에서든지 볼 수 있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를 처음으로 도입한 대회가 US오픈이다. 호크아이는 2001년 크리켓용으로 개발되었지만 테니스에 도입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04년 US오픈 제니퍼 카프리아티와 세레나 윌리엄스(이상 미국)와의 8강에서 두 선수는 한 세트씩 나눠 가지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3세트 역시 두 선수는 접전을 펼쳤는데 마지막 게임 듀스에서 오심이 나왔고 이 오심은 카프리아티가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이날 총 5개의 오심 중 4개가 세레나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면서 경기가 끝난 후 인종 차별 논란까지 이어졌다. 결국, US오픈 조직위는 사과했고 이듬해 그랜드슬램 최초로 호크아이 도입을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세레나 때문에 호크아이가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최초의 하드코트 그랜드슬램

US오픈의 코트 표면은 처음 시작한 1881년부터 1974년까지 잔디코트였다. 당시 선수들이 불규칙 바운드 등 코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자 대회 조직위는 하드코트로 변경하기 위해 1975년부터 3년 동안 임시로 클레이코트에서 대회를 열었고 1978년 현재 대회 장소인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로 옮기면서 코트 표면도 그랜드슬램 중 최초로 하드코트로 변경하였다.

잔디, 클레이, 하드코트의 변화를 겪은 US오픈에는 재미있는 기록도 존재하는데 US오픈의 서로 다른 세 표면 코트에서 모두 우승한 선수는 지미 코너스(미국)가 유일하다. 여자 선수로는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클레이와 하드코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참고로 호주오픈은 첫 대회가 시작한 1905년부터 1987년까지 잔디코트, 1988년부터 하드코트에서 열리고 있고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의 코트 표면은 첫 대회부터 지금까지 변경 없이 각각 클레이와 잔디코트다.

US오픈 센터코트 전경. 게티이미지코리아



# 그랜드슬램 최초 오프 코트 코칭(Off Court Coaching) 도입

그동안 테니스는 선수들 간의 경쟁 스포츠라는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경기 중 코칭이 금지됐다. 하지만 플레이어 박스에서 코치가 손짓 등을 이용해 선수에게 사인을 보내는 등 알게 모르게 코칭이 이루어졌고 2009년 WTA는 암암리에 행해진 코칭을 허용하는 ‘온 코트 코칭’을 테니스 사상 최초로 도입했다. ‘온 코트 코칭’이란 코치가 코트에 들어와 선수에게 코치하는 것을 의미하며 한 세트에 한 차례만 사용이 가능하다.

WTA는 경기 중 선수들이 안정감을 찾고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기에서 지고 있는 선수가 ‘온 코트 코칭(On Court Coaching)’을 통해 짜릿하게 승리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WTA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ATP보다 흥행에 뒤떨어졌고 WTA는 인기를 얻기 위해 자신들만의 콘텐츠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온 코트 코칭’이었다. 당시, 많은 찬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단, ATP 투어대회와 그랜드슬램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ATP와 그랜드슬램에도 코칭이 도입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US오픈 여자단식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와 오사카 나오미(일본)와의 결승 도중 세레나가 플레이어 박스에 앉아 있는 자신의 코치 무라토글루 코치로부터 코칭을 받았다며 코드 바이얼레이션을 받았다. 물론, 세레나는 이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경기 중 코칭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고 결국 ATP는 2022년 7월부터, 같은 해 US오픈은 그랜드슬램 최초로 오프 코트 코칭(Off Court Coaching)을 도입하였다. 호크아이처럼 오프 코트 코칭 역시 세레나 때문에 도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WTA와 차이가 있다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ATP와 그랜드슬램의 오프 코트 코칭은 코치가 코트가 아닌 플레이어 박스에서만 코칭이 이루어져야 하며 간단한 구두 또는 제스처를 통해 지도할 수 있다. 엔드 체인지, 토일렛 브레이이크 그리고 경기가 잠시 지연될 때는 사용할 수 없다.

US오픈 우승 후보 1순위인 카를로스 알카라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 SPOTV 해설위원(loveis5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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