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원전 소송 잘 마무리 될 것”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질의에 답변
“다양한 전략·정책 필요...협의 지속”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8일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소송 분쟁과 관련해 “조만간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무궁화포럼 조찬 강연에서 “체코를 완벽하게 마무리 못 하고 이상한 기사가 신문에 나게 돼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사장이 참석한 무궁화포럼은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국방정책 수립 등을 위해 설립된 여당 의원 주축 모임이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초기 단계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 3파전으로 전개됐지만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종적으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자국 법원에 제기했다.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황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의 질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자기네 기술이니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고 우리는 1997년 맺은 협정이 있으니 수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서 소송 중재 중”이라며 “소송 중재를 중간에 잘 협의해 끝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대국과 싸워서 이겼을 때의 즐거움은 아주 좋지만 아주 지혜롭게 앞으로의 싸움을 잘 끌어 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전략을 갖고 나가야지, 우리 핵연료 공급에서도 멱살 잡힐 일들이 많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서로 널리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이 사업 좌초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될 것이란 말씀으로 답변드린다”며 “다양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협의는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황 사장은 이번 소송 논란이 내년 3월 본계약에서 실질적 이득을 축소할 가능성에 대해선 “계약에 있어 덤핑이라든가 손해를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사된 체코의 총리 특사의 방한이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특사는 내달 3~6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현재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 면담, 주요 기관 방문 등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체코 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찾아 양국 간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산업기술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기반 조성,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등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체코에 ‘전방위적인 산업 협력 확대’를 제안하며 체코 원전 수주를 지원했다. 이는 프랑스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워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와 함께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체코에 급파해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담은 친서를 피알로 총리에게 전달했다. 당시 제안에는 한국의 제조업 혁신 플랜인 ‘인공지능(AI) 자율 제조’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 간 ‘공급망·산업대화(SCCD)’와 유사한 한·체코 협의체 가동 등을 통해 ‘제조업 기반 개방형 무역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진 양국 간 산업 협력을 고도화하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 등을 통해 산업 협력 체계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체코뉴스통신(CTK) 등에 따르면 라디슬라브 크리츠 체코전력공사(CEZ)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제기할 수 없다”면서 한수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놨다. 경쟁사인 EDF와 웨스팅하우스가 제동을 걸자 발주처인 CEZ 측이 직접 저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문숙·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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