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요원 유출' 정보사 요원, 北정보기관 연계 정황(종합)
일반이적 혐의 구속기소…"간첩죄 적용 완전히 끝난 건 아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블랙요원'들의 신분 등 군사기밀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요원(군무원) A 씨(49)가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포섭돼 수차례에 걸쳐 억대 금전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검찰단과 국군방첩사령부는 A 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 후 전날 기소했다.
국방부검찰단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이 구축해 놓은 공작망 2~3명에게 접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4월 중국으로 갔다가, 중국동포(조선족)인 중국 정보기관 요원 B 씨에게 포섭된 후 그의 지시를 받아 군사기밀을 유출했다. A 씨는 1990년대 부사관으로 정보사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한 상태였다.
검찰단 관계자는 "A 씨는 중국 연길 공항에서 공안요원으로 추정되는 인원에게 현장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들어온 포섭 제의에 응했다"라며 "귀국 이후 관련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중국 정보요원의 지시를 받아 기밀 출력, 촬영, 화면 캡처, 메모 등의 수법으로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했다. 군 당국은 그가 2022년 6월부터 최소 30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A 씨가 유출한 정보엔 신분을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 정보를 수집해온 블랙요원들의 명단 일부와 정보사의 전반적인 임무 및 조직 편성, 정보부대의 작전 방법과 계획, 특정 지역에 대한 정세 판단 등이 포함됐다.
검찰단 관계자는 "A 씨는 본인이 취급하는 비문은 자유롭게 반출하거나 메모했고, 본인이 취급하지 않는 타부서 비밀은 휴대전화에 무음 촬영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촬영한 후 유출했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입수한 기밀을 영외 개인 숙소로 무단 반출해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누설했다. A 씨는 수사당국 추적 회피를 위해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 비밀번호를 설정하는가하면 대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A 씨는 B 씨와 특정 게임 내 음성 메시지 전송 기능을 통해 자료의 비밀번호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에게 "○○사업 세부현황이 필요하신 것 맞죠?"라고 물었고, 중국 정보요원은 "네. 맞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지금 위험해서... 접근이 힘든데, 서둘러 보겠습니다" "파일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돈을 더 주시면, (군사기밀) 자료를 더 보내겠습니다" 등 언급도 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 같은 음성메시지 수천 건은 방첩사의 포렌식 과정에서 복원됐고,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됐다.
A 씨는 군사기밀을 전달한 대가로 B 씨에게 40여 차례에 걸쳐 총 4억 원 이상의 금전을 요구했고, 2019년 5월부터 지인 명의 계좌로 약 1억 6205만 원을 받았다. 그는 2019년 이전에도 중국에서 직접 B 씨를 만나 현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 씨의 범행은 올해 6월 방첩사에 의해 발각됐고, 그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A 씨는 처음엔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증거가 다수 나오자 범행을 인정했다.
A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 두려워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국방부검찰단은 A 씨가 금전 때문에 범행을 지속했다고 보고 있다.
방첩사는 이달 8일 A 씨에 대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형법상 일반이적 및 간첩 혐의를 적용해 국방부검찰단에 기소의견으로 구속송치했다.
그러나 A 씨가 기밀을 넘긴 중국 정보요원이 북한 측 요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에 국방부검찰단은 추가 수사를 통해 A 씨와 북한 간 연계성을 확인해 간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단 관계자는 "북한 정보기관과 연계됐다고 볼만한 몇 가지 사정이 있었으나 현재 정황만으로는 간첩으로 기소하기 제한이 됐다"라며 "(다만) 간첩죄 적용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 씨가 예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업무상 횡령이 1600만 원 식별됐고, 나중에 (금액 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별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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