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 된 항아리 '와장창'…네살배기 실수 쿨하게 넘긴 박물관

이스라엘의 한 박물관에서 4세 남아가 3500년 된 고대 유물을 깨트린 사고가 발생했다./사진=x(엑스, 구 트위터)

이스라엘 한 박물관에서 4세 남아가 3500년 된 고대 유물을 깨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외신은 최근 이스라엘 하이파에 위치한 헤흐트 박물관(Hecht Museum)에 전시돼 있던 고대 항아리가 4세 소년의 실수로 산산이 조각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항아리는 기원전 2200~1500년 사이 청동기 시대 유물로, 박물관에 따르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희귀품이었다고 한다. 와인이나 올리브 오일 등 액체를 담아두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년의 아버지 알렉스는 "아들이 (항아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궁금해서 살짝 잡아당겼는데 병이 떨어졌다"며 "깨진 항아리 옆에 아들이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고, 처음에는 '내 아이가 저지른 일이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알렉스는 아이를 진정시킨 후 박물관 경비원에게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박물관은 오히려 관용적인 면모를 보였다. 사건이 일어나고 아이 가족을 다시 한번 전시회에 초대한 것.

박물관 측은 "전시품을 의도적으로 손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경찰을 동원하는 등 매우 엄중히 사안을 처리한다"며 "그러나 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박물관을 방문한 어린아이가 실수로 항아리를 손상한 것이고,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깨진 항아리는 복원과정을 거쳐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에 알렉스는 항아리가 복원될 수 있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유물은 박물관 입구 근처에 전시돼 있었는데, 박물관 측은 유리막 등 방해물 없이 전시품을 관람할 수 없도록 해놨다. 박물관 측은 BBC에 "가능하면 전시품을 장벽이나 유리 벽 없이 전시하고 있다"며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