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굉장히 크다" 19세 김택연이 '톱클래스'인 이유, '43년 KBO 역사를 새로 썼다'

안호근 기자 2024. 8.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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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마무리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마치 전성기 시절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을 보는 듯하다. 최고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뿐 아니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 같은 면모까지 똑 닮았다.

김택연은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12차전에서 팀이 8-7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로써 김택연은 KBO 역대 고졸 루키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2006년 나승현의 16세이브를 넘어 KBO 역사에 새롭게 이름을 아로새겼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썼던 두산은 2022년 9위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 결과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택연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받은 두산은 예정된 듯 망설임 없이 김택연을 선택했다.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받던 김택연은 개막전부터 실점하며 흔들렸고 2군에 다녀온 뒤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후 꾸준히 핵심 불펜으로서 제 역할을 하던 김택연은 정철원과 홍건희가 모두 마무리로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자 지난 6월 13일 정식 마무리로 발탁됐다.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택연은 이 기간 15세이브를 따내며 박영현(KT 위즈)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평균자책점(ERA)도 1.69로 뛰어났다.

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도 놀랍다. 이 감독은 "주자가 없으면 약간 조절을 해서 던진다"며 "주자가 나가면 스피드가 3~4㎞ 정도 빨라진다. 그 정도로 강약 조절도 되고 마음도 굉장히 여유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흔들림도 있었다. 지난 6월 13일 두산의 정식 마무리로 올라선 김택연은 이후 4연속 세이브, 5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30일 SSG전에서 1-1 동점인 8회초 1사 3루에 등판해 1⅓이닝 3탈삼진을 기록하고도 2피안타 1볼넷 1실점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으나 직후 등판인 7월 3일과 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흔들리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7월 10일 KT 위즈전에서도 6-6으로 맞선 9회말 등판해 KKKKK로 깔끔히 10회말 연장 2사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쳤으나 이후 볼넷과 피안타 2개로 결국 패전을 떠안고도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하며 7월 평균자책점(ERA) 0.90으로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8월엔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1승 4세이브를 따내던 김택연은 지난 18일 KT전에서 다시 흔들렸다. 양 팀이 4-4로 맞선 8회말 1사 3루에서 등판한 김택연은 깔끔히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으나 9회말 김민혁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정식 마무리를 맡고 맞은 첫 홈런으로 타격이 클 법했지만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세이브를 수확하며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승엽 감독은 22일 포항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더 이상 칭찬할 말이 없다.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고 극찬하며 "직전 등판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 눈치도 보고 의기소침해 하는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평소와) 똑같은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걸 보고 심장도 굉장히 커보였다"고 감탄했다.

승리 후 포수 김기연(오른쪽)과 함께 기뻐하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4로 앞선 9회초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으나 2연속 피안타 이후 땅볼 타구 때 한 점을 내주더니 다시 안타를 맞은 뒤 폭투를 저질러 동점을 허용했다. 몸에 맞는 공까지 내준 김택연은 결국 최지강과 교체됐다.

멀티 이닝도 아니었고 완벽한 세이브 상황에 주자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3피안타에 몸에 맞는 공, 폭투까지 범하며 내준 패배가 더 뼈아팠다.

하지만 김택연은 다시 일어섰다.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보통의 심장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다.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팀 타선이 2-6으로 끌려가던 경기는 8-7로 뒤집었고 8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했다.

다시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아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1루 주자 박영빈의 도루를 잡아내며 가볍게 8회를 마쳤고 9회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탈삼진 하나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세이브를 수확했다.

리그 최고 마무리라 불리는 선수들도 체력적 부담 혹은 경기 감각이 좋지 않을 때는 연달아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김택연은 정식 마무리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연속 실점한 적이 없다. 패배하거나 실점한 경기 이후엔 보란 듯이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앞서 이승엽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김택연'이 아닌 '대한민국의 김택연'이 될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택연은 이제 고졸 신인 최초 20세이브 기록에 도전한다. 오승환에 버금가는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택연이 누구보다도 화려한 첫 시즌을 장식하고 있다.

김택연(왼쪽)이 세이브 후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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