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찾은 유상임 "출연연, 기술패권 경쟁서 구심점 돼야"

취임 후 첫 연구현장 방문해 강조
"핵심기술이 곧 국가 생존 보장해
출연금 연구비 탄력적 집행할 것"

유상임(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KIST를 방문해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오상록(맨 오른쪽)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과 '양자컴퓨팅과 반도체기술의 융합'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KIST 제공.

유상임(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IST 제공.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홍보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KIST 제공.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전 취임 후 첫 연구현장 방문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찾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출연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유 장관은 "기술이 곧 국가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출연연이 전략기술 분야에서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3대 게임체인저(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와 12대 국가 전략기술 등 핵심적인 기술 분야에서 출연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3대 게임체인저의 글로벌 주도권을 획득하고 전략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출연연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시대에 집단지성으로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출연연이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연구기관들과 동등한 수준에 서야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유 장관은 "필요한 인력을 제때 채용하고 석학 등 우수 인재에게는 파격적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관이 출연금 연구비를 탄력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예산도 신설할 것"이라며 "출연연 맞춤형 운영체계도 조속히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 장관은 이날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양자컴퓨팅과 반도체기술의 융합 흐름에 대해 설명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3대 게임체인저 중 양자 기술이 가장 걱정됐었다. 양자 분야는 국내에 한국표준연구원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KIST의 양자 연구가 의미 있는 규모로 출발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R&D(연구개발) 예산 관련 우려에 대해서는 "내년 예산안은 이미 취임 전에 국회에 제출해 손을 쓸 수 없다. 다만 국회 통과 전에 예산을 좀더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사 한 명을 배출하려면 5년 이상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연구환경을 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진 연구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경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선 "올해 세수와 관련돼 확실치 않다"고 했다.

유 장관은 비공개로 진행된 KIST 신진·중견 연구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출연연을 연구자에게 매력적인 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여자들은 국내외 우수 연구기관과의 폭넓은 네트워크가 출연연의 장점인 만큼, 안정적인 정책환경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협력 연구를 지원해 구체적 성과를 창출하고 연구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부여하면 출연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공공기관 지정유보 이후 출연연의 혁신·운영 방향을 제시한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출연연 운영규정을 이번 현장방문을 계기로 조속히 제정할 계획이다. 출연연 운영규정에는 이번에 제시된 의견을 반영, 석학 등 우수인재 특별채용 및 별도 보수체계 허용, 출연금 연구비 집행 조정 범위·절차 등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출연연을 중심으로 산·학·연 역량을 결집해 대형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의 선정 규모를 2025년에는 더욱 확대, 도전적 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출연연 신진연구자의 공동 연구를 지원하는 신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한편 유 장관의 행보에 발맞춰 KIST도 스스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KIST는 미국의 혁신연구 산실로 알려져 있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관리방식을 차용한 조직체계인 '임무중심연구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임무중심연구소는 최고의 연구·경영 역량을 갖춘 연구소장이 프로그램 매니저(PM)로서 구체적인 성과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는 연구가 이뤄지도록 전권을 갖고 관리한다. KIST는 지난 7월부터 양자·반도체, AI·로봇, 수소 분야의 임무중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9월부터는 기후·환경, 천연물·신약 분야 임무중심 연구소를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