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 국회 복지위 통과…의료공백 우려에 손잡은 여야
간호인력 처우개선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 규정 담아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재 의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고 이들의 처우개선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여야는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업무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의료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한발씩 물러나며 합의점을 마련했다. 이로써 21대 국회에서 한차례 좌절을 겪었던 간호법 제정안은 약 1년 3개월 만에 입법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한 간호법 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여야 지도부는 간호법 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자고 약속했지만, 일부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전날까지도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의사들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며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자 전날(27일) 늦은 시간까지 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집중 심사해 안을 마련했고 이를 의결한 것이다.
면저 이견차가 컸던 PA 간호사 업무 범위는 간호법 내 별도의 PA 간호사 조항을 만들지 않고, ‘제12조 간호사의 업무’ 조항 안에 PA 간호사 합법화 규정을 담는 것으로 합의했다. 대신 PA간호사의 업무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진료보조 및 진료지원 업무 부문에서 의료기사 등에 대한 업무를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해 직역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자 했다.
당초 여당 안은 간호사와 전문간호사에 대해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와 의료기사협회 등에서 직능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야당도 PA간호사에게 간호사 업무 중 진료지원을 추가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준인데, 별도 조항을 마련하면 PA 간호사라는 직능을 추가로 만드는 꼴이 돼 의료계에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대안은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간호 인력 처우개선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근무환경 개선 및 장기근속 유도 등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법안에 담았다. 또 간호사 등이 적정 노동시간의 확보와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 규정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간호조무사협회의 설립근거를 마련해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화했다.
이견이 있었던 법명은 ‘간호법’으로 결정됐다. 여당 안은 ‘간호사 등에 관한 법안’을 주장했는데 민주당 안을 수용한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지역사회’ 문구는 삭제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안은 간호법의 목적 조항에서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의료기관과 별도로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의사단체 등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 직역에서는 의료기관 외부에서 간호사가 독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22대 국회에서 여야는 ‘지역사회’ 문구 대신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사들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바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앴다.
또 하나의 직능 간 갈등 요소였던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도 이번에는 제외하고 추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는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만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그밖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특성화고등학교와 학원 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학력 기준을 완화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특성화고와 조무사 학원 등의 불이익을 고려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해왔다.
이날도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 행사로 간호법 제정안이 무산됐던 것과 관련해 여야 신경전은 이어졌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진작 제정됐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뒷북 수습을 위해 부랴부랴 자기부정과 자기쇄신 거듭하며 간호법 처리에 나섰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21대 국회 상황과 현재 상황이 다른 점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공백 상황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헌신하고 계신 간호사분들이 법적 보호 받으며 안심하고 진료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간호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였다”고 했다. 이어 “복지위가 간호법 협치 성과를 시작으로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지혜를 모아가자”고 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현재 발생한 의료대란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간호사들로 메우기 위해서 이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기 위해서만 이 법이 존재한다고 인식해선 절대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두지도 않을 것”이라며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의료 공백을 메울 것이고 더 나은 의료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복지위를 통과한 간호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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