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두산 저격?…이복현 “합병 과정서 투자자 실망하는 경우 발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일부 기업의 합병을 가리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강한 비판을 받는 두산그룹의 합병안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그간의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정부분 가시적 성과를 나타나기도 했다”면서 “금년 상반기 외국인 국내증시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최근 계열사 간 합병 추진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일반주주 의견을 별도로 수렴한 사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심도 깊고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산그룹은 알짜 기업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 분할해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원장은 두산그룹 사업재편이 지배주주에 유리하고 소액주주들에 피해를 준다는 점을 거듭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두산이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도 금감원이 두차례 정정 요구하면서 사실상 내달로 예정된 두산 주주총회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실상 ‘무한 정정’ 요구가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법원은 충실의무 대상 주주까지로 확대 해석
“한국은 상법 개정 통해 주주 이익 도모하도록 해야”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계와 재계 그리고 연구기관들이 참석해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섞인 의견 등을 나눴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자(총수)가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본인의 사적 이익에 충성하는 구조”라며 사적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활성화하며 사후적 책임 추궁도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말한 사적 견제 장치란 감사위원회 위원 전원을 분리 선출하는 것과 이사보수 정책에 대한 주총결의제 도입, 특수관계인거래 주총 승인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직재편 주총 승인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말한다.
정재규 한국ESG기준원 센터장은 201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혁, 자본 효율화 정책 등을 지속 추진한 일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일본 회사법의 충실의무 조항도 한국과 유사하게 ‘회사’만을 그 의무의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본 법원은 ‘주주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나라 법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주주 충실의무 인정을 위해 문언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법론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정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송 남발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합병 등 구체적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원포인트 제도개선, 즉 합병가액 산정기준 개선, 특별위원회 심의 의결, 일반주주 동의 절차 신설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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