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꼰대 마인드라 피치컴은 좀..." 사인 읽혔나, 도루 허용에도 절대 포수 탓하지 않은 '베테랑의 품격'

잠실=김우종 기자 2024. 8. 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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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오른쪽)가 27일 잠실 KT전에서 6회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트윈스 베테랑 임찬규(32)가 'LG 킬러'인 KT 위즈의 웨스 벤자민(31)과 맞대결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임찬규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올 시즌 8번째 승리를 챙겼다. 임찬규의 호투와 함께 팀 타선은 벤자민을 공략하며 6-1로 승리했다.

임찬규는 1회초 선두타자 로하스를 삼구 삼진 처리한 뒤 김민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2아웃을 만들어냈다. 후속 문상철에게 풀카운트 끝에 6구째 볼넷을 내줬으나, 강백호를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1회를 마무리 지었다.

임찬규는 2회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좌전 안타, 배정대에게 볼넷을 각각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것. 오윤석의 희생 번트로 주자가 한 루씩 진루했다. 임찬규는 심우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가 됐다. 하지만 조대현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솎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 임찬규는 선두타자 로하스를 2루 땅볼 처리한 뒤 김민혁에게 우중간 안타를 헌납했다. 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했으나, 문상철을 헛스윙 삼진, 강백호를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엔 공 8개로 마무리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또 좌익수 방면 안타를 내줬으나,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윤석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5회는 삼자 범퇴.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오른쪽)가 27일 잠실 KT전에서 6회 투구를 마친 뒤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리고 임찬규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김민혁을 2루 땅볼, 문상철을 포수 앞 땅볼, 강백호를 삼진으로 각각 아웃시키며 이날 자신의 무실점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날 임찬규의 총 투구 수는 92개. 속구 32개, 슬라이더 18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24개를 각각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45km가 나왔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 성공.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한 임찬규는 "KT 선발 벤자민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던 것에 대해 "벤자민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KT 타선에 좀 더 집중했다. 그런데 앞서 요키시가 초반에 그렇게 무너질 줄 몰랐던 것처럼, 저는 그냥 똑같이 제 공을 던진다는 목표로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지난 9일 창원 NC전에서 요키시와 선발 맞대결을 벌였는데, 당시 요키시는 3⅔이닝 8피안타 10실점(10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임찬규가 이날 맞이했던 가장 큰 위기는 역시 2회라고 할 수 있다. 1사 2, 3루에서 심우준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순간이었는데, 알고 보니 의도된 것이었다. 임찬규는 "(박)동원이 형이 볼카운트 2-0에서 거르자는 뜻을 표시하더라. 처음에는 의아했다. 저는 선발 투수고, 경기 초반이었다. 또 타순이 8번인데 여기서 볼넷으로 내보내면 대량 실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동원이 형한테 물어보니까, 아웃카운트를 1개 잡으면서 1점을 줄지, 아니면 1점도 내주지 않을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하더라. 또 저도 운 좋게 코스도 좋게 들어갔다. 또 (신)민재가 수비도 잘해줬지만, 결과론적으로 동원이 형의 리드가 정말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가 27일 잠실 KT전에서 4회 투구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쥐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날 인상적인 장면은 또 있었다. 3회 1사 후 문상철 타석 때 김민혁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순간이었다. 김민혁이 리드를 한 뒤 포수 사인을 보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1루 주자로서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간파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임찬규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김민혁은 뛰지 않았다. 그리고 2구째. 임찬규는 느린 커브를 던졌고, 김민혁은 지체없이 2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변화구 사인이 읽혔다고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임찬규는 이 장면에 대해 "제가 퀵 모션에 신경을 미처 쓰지 못했다. 투구 템포나 타이밍에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타자와 승부에 더 집중을 하다 보니까 잠시 신경을 못 썼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포수를 탓하지도 않고, 오롯이 자신의 탓으로 돌린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진 말이었다.

물론 피치컴을 쓴다면 사인이 읽히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임찬규는 '당찬규'답게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임찬규는 피치컴에 대해 "모르겠다. 저는 ABS(스트라이크·볼 자동 판정 시스템)도 그렇고, 피치 클록이나 피치컴도 그렇고. 약간 옛날 꼰대 마인드라(웃음), 옛날 야구가 좋다. 이렇게 하는 게 좋더라. 피치컴이 잘 안들리고 그러면, 거기서 템포가 끊길 것 같다. 사인을 직접 보고 투구해도, 피치 클록을 지키면서 다 던질 수 있다. 그냥 동원이 형 믿고 던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제 루틴이 있는데, 만약 잘 들리지 않는다면 더 말릴 것 같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임찬규는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20선발, 1구원)해 8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8을 마크하고 있다. 총 109⅓이닝 동안 125피안타 10홈런 38볼넷 113탈삼진 53실점(52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9, 피안타율 0.29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 투구는 8차례 해냈다. 2년 연속 10승에 대해 "사실 뭐 승리는 진짜 운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렇게 매일 나가서 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더 좋다. 비록 부상으로 빠지면서 20경기 정도밖에 못 나갔는데,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6이닝 이상 꾸준하게 던지는 게 더 행복하고 좋다"며 다음 호투를 기약했다.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오른쪽)가 27일 잠실 KT전에서 6회 투구를 마친 뒤 환호하는 팬들을 가리키며 소통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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