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는 각방, 자녀엔 공부방'…아파트가 진화한다

김미리내 2024. 8. 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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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미래 주거공간' 신평면 제시 
가족구성·세태따라 다양성 갖춘 '플랙시폼' 선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파트 구조는 다 똑같다? 

아파트 단지 외형은 시간이 흐르며 꽤 달라졌다. 지상 주차장을 지하로 이동하고, 공원 같은 조경을 갖추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단지 규모에 따라 실내 골프장에 수영장과 카페까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공용(커뮤니티) 시설도 세태에 맞게 마련되고 있다. 

반면 평면구조는 변화가 크지 않다. 신평면이라고 해도 남향과 안방 위주의 설계에 큰 차이가 없다. 40~50년 전 평면 모델이 아직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중을 지지하는 벽은 부수기도 쉽지 않아 내부 구조를 집주인 마음대로 바꾸기도 어렵다.

'100인 100색' 다양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트렌드(추세)의 시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아파트의 내부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축 전문가들은 다채롭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주거공간에 담기 위해서는 주거공간이 '가변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20~30년 지나면 부수고 다시 지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살면서 시기와 환경 변화에 따라 공간을 바꾸고 새로운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여지를 '공간'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 문제와도 연결된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부문은 탄소배출의 약 38%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부수고 다시 지을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나이를 먹거나 가족 구성원 변화에도 계속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주거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건설사들에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라이프스타일 맞춘 새 평면 패러다임은? 

전훈태 포스코이앤씨 건축디자인실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더샵갤러리에서 '내일의 주거공간 전략과 평면'이라는 주제의 '더 홈 큐레이터(The Home Curator) 발표회'에서 새로운 평면을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더샵갤러리에서 '내일의 주거공간 전략과 평면'이라는 주제로 '더 홈 큐레이터(The Home Curator) 발표회'를 열어 새로운 평면을 선보였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는 미래 30년을 위한 지속가능 과제로 '인구·사회구조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미래 주거공간'을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 추구 △공간의 탈경계화 △웰니스(Wellness) 실현이라는 3가지 전략을 담아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총 20개의 평면을 개발했다. 

전훈태 포스코이앤씨 건축디자인실장은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분석과 3단계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다"며 "미래 가족구성 형태를 3~4인 가족에서 비혼·딩크(자녀 없는 부부)·액티브 시니어(활동적인 고령)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1~2인 가구와 3대 동거 가족 등으로 다각화했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평면 컨셉은 유연하게 변형되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플렉시폼(FLEXI-FORM, Flexibility+Form)'으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지속가능성, 공간의 탈경계화와 웰니스의 3가지 전략을 모두 담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평면 구조 개발에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리모델링 부문 누적 수주 1위 등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발표회에 참석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와 최정훈 EWAI 대표 등도 이번 평면 개발에 참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판상형(전용면적 △59㎡ 1개 △84㎡ 2개 △130㎡ 1개) 4개와 타워형(△59㎡ 1개 △84㎡ 1개 △130㎡ 2개) 4개 등 총 8개 타입에 세대 구성을 9가지 특화요소로 조합해 20개 라이프스타일 플랜을 새로운 평면으로 제시했다. 공간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둥을 외곽으로 배치해 평면 내 내력벽을 최소화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2인 딩크족 부부를 위한 포스코이앤씨 평면 예시/자료=포스코이앤씨 제공

발표회에서 선보인 딩크족(2인 가구)을 위한 평면은 독립적인 취향을 공간에 반영했다. 개개인의 수면패턴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안방의 수면공간을 독립시키고 각자가 서재, 취미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파룸도 별도로 구성했다.

또한 기존 공용욕실 면적을 확장 및 변형해 프라이빗 사우나 시설과 테라스 조망이 가능한 입욕 욕조를 갖춘 홈스파 공간도 갖췄다.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테라스 공간을 3면에 배치해 조망과 채광 등도 높였다.

학령기 자녀 2인을 둔 4인 가족을 위한 평면에서는 자녀 방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드레스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을 제안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3대가 함께 공유하는 5인 가족을 위한 평면은 시니어 부부와 부부 각각의 침실, 욕실, 테라스 공간을 마련하고, 특히 시니어 부부 안방에는 침실 내부에 전용 거실공간을 꾸며 독립성을 강화했다.

부부, 학령기 자녀를 둔 4인가족을 위한 포스코이앤씨 평면 예시/자료=포스코이앤씨 제공

포스코이앤씨는 새로운 평면 제안을 '더샵'과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에 적용하기 위해 저작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향후 분양 단지들에 다양한 구성으로 선보인다는 예정이다. 

전훈태 실장은 "그동안의 평면 개발은 코로나19 등 당장 현시점에 필요성을 두고 개발이었다면 이번 평면은 미래를 위한 평면으로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든 셈"이라며 "리모델링 경험을 통해 어렵고 한계가 있었던 구조변경 같은 내용을 반영했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다양하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시공사의 설계권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평면 기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적용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주거상품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며, 현재 시공 중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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