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 텅텅” “2포대만 구입”…일본, 쌀 부족에 전국 들썩

홍석재 기자 2024. 8. 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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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도쿄 신주쿠 한 슈퍼마켓에 쌀 구입을 가구당 2포대로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도쿄/홍석재 기자

“쌀 공급 불안으로 가구당 하루 2포대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28일 일본 도쿄 신주쿠 한 슈퍼마켓에 ‘쌀 구입 제한’을 알리는 제한 안내문이 붙었다. 진열대는 이미 텅텅 빈 상태였다. 이런 상황은 도쿄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직장 근처 슈퍼도 가봤는데 정말 (맵)쌀이 없고, 찹쌀만 팔고 있다”, “현미까지 사라지고 있다” 등의 게시물이 쉽게 눈에 띈다. 일본 내 한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싼 (브랜드) 쌀조차 남김없이 쌀 매대가 텅텅 비었다”거나 “언제쯤 쌀을 구입할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일본 언론들 역시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쌀이 사라졌다”거나 “구글에서 최근 한 달 ‘쌀’이라는 단어 관련어를 검색해보면 ‘쌀 부족’, ‘쌀이 없다’ 등 검색어가 8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쌀 공급 부족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작은 쌀 포대 하나 구하기가 어렵다. 일본 농림수산성 식량분과위원회이 발표한 쌀 기본지침(7월치)을 28일 보면, 6월말 기준 민간 소비용 쌀 재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만t 적은 156만t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자체 긴급 조사 결과, 소매점의 약 80%에서 쌀이 품절 상태였다”며 정부 비축미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정부로부터 ‘전국적으로 볼 때는 수급 상황이 긴박하지 않아 비축미 방출 계획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품귀 문제로는) 쌀값까지 오르고 있다”며 “(정부 비축미를) 창고에 쌓아둔 채로 놔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느닷없는 일본의 쌀 부족 현상은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쌀 생산 부진이 유통량 감소로 이어진 영향이 크다. 사카모토 데쓰시 농림수산상은 지난 27일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햅쌀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8월은 쌀 재고량이 원래 가장 적은 시기인 데다 지진과 태풍에 대비한 사재기 움직임, 오봉 연휴(한국의 추석에 해당) 영향으로 물류가 지연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정확한 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기후변화의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쌀 대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기준 전국 벼 재배면적에서 (기후변화에 대응이 가능한) 고온 내성 품종의 비율이 14.7%에 불과한 만큼 농림수산성이 대책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일부 언론이 현재 상황을 ‘쌀 대란’으로 과도하게 보도한 데다, 일반 시민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쌀을 살 수 없다’는 등 소문을 퍼나르면서 사재기로 이어진 점이 이런 상황을 부채질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례 없는 엔화 약세로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뜻밖에 쌀 소비가 대폭 늘어난 영향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1년간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수는 3213만명으로 직전 1년간(1404만명)에 비해 2.3배가 늘어 쌀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하루 2끼 쌀밥을 먹는다고 가정해도 쌀 소비는 1년간 2만톤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아 전체 쌀 수요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7일 “쌀 유통 부족 우려에 대응해 원활한 유통에 힘써 달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햅쌀이 출시되면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소비자들에게 사재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이날 사카모토 농림수산상은 “올해 햅쌀의 생육이 순조로워 평년보다 1주일 정도 수확이 빠른 산지도 있는 등 출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부족 현상은 순차적으로 풀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소비자들이 필요한 양만큼만 쌀을 구입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비축미 방출은 쌀 수급과 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 계획이 없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체 쌀 수급은 긴박한 상황은 아니며, 충분한 재고량이 확보돼 있다”며 “정부가 출하와 재고 상황을 파악해 세심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설명했다. 실제 간사이 지역 ‘쌀의 고장’으로 불리는 시가현 등에서는 이달 중순 이후 햅쌀 출하가 시작되고 있다.

도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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