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당의 ‘의협 달래기’…친한계, 범죄의사 면허취소 기준완화법 발의
성범죄 저질러도 5년 뒤 의사면허 재취득 여전히 가능
친한계 대표발의·다수 참여…“韓과 뜻 같이 하는 것”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 기자] 국민의힘에서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결격 및 면허취소’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6년 의대정원 증원 유예’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의사단체 요구를 반영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이다. 당정 입장차가 벌어질 경우 의정 갈등이 추가적인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인의 결격사유 조항을 손질한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선고유예 포함) 결격·면허취소 사유로 보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기존 의료 관련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 경우 ▷‘특정강력범죄·성폭력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제한된 범죄 기준은 집행면제, 집행유예 대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해도, 모든 종류의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기준은 대폭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행법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선고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면허 취득을 제한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을 시 의사면허 취득을 금지하는 조항도 존재한다.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과 기준을 동일하게 해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 개정안이 처리된 뒤 대폭 강화됐다. 작년 10월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결격·면허취소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 내에선 개정안 발의 배경에 한 대표의 ‘의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발의자인 김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이다. 이날 기준 공동발의 명단에는 고동진·김소희·박덕흠·서명옥·엄태영·임종득·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0여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발의에 참여하는 친한계 의원은 “사실상 한 대표와 뜻을 같이 한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며 “소관 부처와도 논의가 어느 정도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원내지도부와 논의가 필요한 당론 차원의 발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표는 부정적인 대통령실·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6년 의대정원 증원 유예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측근들에게도 이러한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의정갈등을 ‘핵심 의제’로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정갈등 국면에서 중재자로서 성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한편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이어, 의정 갈등에 대한 당정 입장차가 추가적인 윤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는 30일 예고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의 첫 만찬이 추석 이후로 밀린 것도 이 같은 해석에 여지를 주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29일 국민의힘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만나다 보니 ‘두 번 만날 필요가 있냐’는 취지지만,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갈등설과 무관하게 추석 의료대란 현실화를 막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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