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싸고 치명적… 전쟁 판도 바꾸는 드론

박진우 기자 2024. 8.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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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판세를 바꿀 무기로 드론(무인기)이 주목받고 있다. 발발한 지 2년이 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격해진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이란이 중동에서 이끄는 비공식적 군사 정치 동맹) 갈등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무기는 드론이다.

드론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적을 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구가 밀집된 시가지나 밀폐 공간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활용했던 드론인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T2B. / 튀르키예 국방부 제공

드론은 2000년대 초부터 군사 작전에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미군이 운용하는 ‘프레데터(대당 가격 약 400억원)’나 ‘리퍼(약 360억원)’ 등은 전투기 수준의 고급 드론으로 꼽힌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과 이란, 튀르키예가 저가형 공격 드론 개발을 시작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등도 비행체에 미사일을 얹을 수 있는 소형 드론을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중순 처음으로 튀르키예산 드론 ‘바이락타르’를 전장에 투입했다. 길이 6m인 바이락타르는 최대 이륙중량이 700㎏이다. 바이락타르는 전차 격파가 가능한 작은 미사일 2~3개를 싣고, 한 번에 300㎞를 비행할 수 있다. 전장에서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 대공포를 잡아내면서 러시아 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등극했다.

바이락타르 T2B. / 바이카르 제공

과거 전쟁에서 전차를 잡는 대표적인 무기는 헬기였다. ‘전차 킬러’로 불린 미국 보잉의 아파치는 대당 가격이 최대 1억4000만달러(약 1866억원)다. 바이락타르는 대당 가격이 500만달러(약 66억원)다. 아파치 1대를 운용할 비용으로 바이락타르 28대를 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비용 차이로 일각에서는 ‘헬기 무용론’도 나온다.

일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도 전장에서 활약한다. 카메라가 달린 작은 드론은 대당 가격이 300~500달러(약 40만~66만원)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활용한 FPV 드론. / 우크라이나 국방부 X 캡쳐

FPV는 바이락타르처럼 수백㎞를 날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순 없지만, 우크라이나 보병 병력의 눈으로 전장을 누볐다. 초기엔 정찰용으로 활용되다가 나중엔 3~4㎏의 작은 폭탄을 실어 장갑차, 전차 위를 날아다니며 수직으로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궤도를 끊는 식의 공격을 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갈등에서도 드론이 주요 무기로 사용됐다. 대규모 확전을 피하기 위해선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이 중요한데, 드론은 상대군의 핵심 인물만 골라서 공격하는 데 쓰인다.

이스라엘 엑스텐드사가 개발한 드론 엑스텐더. / 엑스텐드 제공

지난 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하마스 부지도자 살리흐 알 아루리는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암살한 방법도 드론일 것이는 추측이 나온다. 올해 초 친(親)이란 무장조직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인 타워 22를 드론으로 공습했는데, 당시 미군 3명이 사망했다.

홍해를 마비시키고 있는 예멘 후티는 2019년을 드론의 해로 선언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후티 드론은 미사일처럼 드론을 목표물에 충돌시켜 폭발을 일으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엑스텐드가 개발한 드론 울버린. 군사 작전에 활용 가능한 집게가 달려있다. / 엑스텐드 제공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에서부터 드론을 썼고, 1989년에는 세계 첫 공격용 드론을 개발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수출된 군용 드론의 60%는 이스라엘이 만든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분쟁에도 드론을 이용 중이다. 건물과 지하터널에서 사물을 인식해 충돌을 피하는 동시에 잠긴 문을 폭파하는 드론 ‘엑스텐더’가 대표적이다. 엑스텐더는 150g의 소형 폭발물을 싣고 날 수 있다. 또 폭탑 탑재가 가능한 드론 울버린도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전 상황에서 드론 엑스텐더를 활용하는 모습. / 엑스텐드 제공

드론이 현대전의 중심에 서고 있지만, 저렴하고 손쉬운 전쟁이 가능하다는 점은 민간 피해를 늘리는 요인이 된다. 과학잡지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수십년간 미군의 프레데터와 같은 전투기 수준의 드론이 전쟁을 지배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저가 드론이 군사 작전의 주류가 됐다. 드론의 전술적 이점은 분명하지만 민간인에게는 끔찍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홍해에서 보듯 드론은 전쟁을 더 빠르고, 값싸며,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 저렴해진 드론의 활용성이 커지면서 상대하는 군대 규모의 차이가 줄고, 전쟁 방식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이 운용 중인 고급 드론 프로데터. / 미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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