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이 만들었는데... 순항하던 크레센도PE, 큐익스프레스 엮이며 겹악재
동아지질·메디포스트 등 아픈 손가락
최대 우려 요인은 큐익스... “큐텐 엮이면 꺼려지는 것 사실”
이 기사는 2024년 8월 27일 17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순항하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PE)가 큐익스프레스 투자로 위기에 처했다. 큐익스프레스 투자에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도 출자한 만큼, 투자금 회수에 실패하면 평판에 미치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PE와 코스톤아시아 등 큐익스프레스에 투자했던 PEF 운용사들은 이달 주식 전환을 통해 큐익스프레스를 큐텐그룹으로부터 독립시켰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는 임직원 월급 지급도 지연되며 여전히 티몬·위메프발 정산 미지급 사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물류 자회사였다. 큐텐그룹은 직매입 서비스 ‘프라임’을 통해 물량을 늘려 미국 나스닥 상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큐익스프레스를 통한 공격적인 영업을 해 왔다. 티메프 사태 이후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마크 리가 대표 자리에 오른 상태다.
크레센도PE는 큐익스프레스에 총 1100억원을 투자했다. 먼저 2019년 큐익스프레스의 한국 자회사 우선주 600억원어치를 샀다. 2021년에는 큐익스프레스 전환사채(CB)를 500억원어치 인수했다. 이밖에 캑터스PE-산업은행PE와 코스톤아시아도 CB와 교환사채(EB)를 통해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투자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투자금을 코차이나로지스틱스 인수 대금으로 썼다.
크레센도PE는 큐익스프레스 투자 재원으로 45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호 펀드에는 국민연금(1500억원)과 교직원공제회(1000억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연금과 공제회 자금이 큐익스프레스 투자금에 쓰인 셈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몬과 위메프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실적이 일부 꺾일 수밖에 없고, 이번 사태에 따른 평판 위험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했던 1조원 규모의 나스닥 상장은 요원해졌다. 일정 수준의 기업가치를 회복해 매각이나 상장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 사태 이후 일부 연기금과 공제회는 출자해 준 운용사들이 큐텐 관련 기업에 투자했는지 따로 들여다봤을 정도”라며 “큐텐과 엮이면 출자자 입장에서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동아지질·메디포스트 등 아픈 손가락도
크레센도PE는 2015년 설정한 1호 펀드 내부 수익률(IRR)이 25%를 기록한 덕분에 연이어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2018년에 만든 2호 펀드와 2021년에 조성한 3호 펀드 규모는 각각 4500억원, 1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해당 펀드로 투자한 일부 기업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2호 펀드로 투자한 동아지질 주가도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크레센도PE는 동아지질 지분을 32.61% 보유하고 있다. 지분 평균 매수 단가는 1만6760원인데 이날 기준 동아지질 주가는 1만3360원으로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크레센도PE는 2019년 이정우 동아지질 회장이 보유했던 구주 30.5% 중 18.6%(주당 1만8000원, 총 403억원)에 더해 동아지질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200억원에 사들였다. CB와 BW는 2022년 1월 전환가액 1만5670원에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통상 PEF 운용사가 투자 4~5년 차에 회수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회수 시점은 이미 놓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년 전 크레센도PE가 동아지질 지분 전량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실행한 44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주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3호 펀드로 투자한 메디포스트도 주가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크레센도는 2022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와 함께 메드포스트에 각각 800억원씩을 투자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보유한 구주 40만주를 200억원에 인수했고,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와 CB 인수에 각각 700억원씩 투입했지만,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크레센도PE와 스카이레이크는 지난해 7월 갖고 있던 700억원 규모의 CB를 전환가액 최하단인 1만4775원에 전환했다. CPS의 경우 전환가액이 1만4440원까지 조정된 상태다. 메디포스트 주가는 이날 기준 6050원으로 전환가액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두 PEF 운용사는 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메디포스트 보통주 360만주를 주당 5430원에 확보하는 ‘물타기’ 전략을 폈다.
크레센도PE는 피터 틸이 국내 투자를 위해 지난 2012년 이기두 대표와 파트너십으로 설립한 PEF 운용사다. 주로 테크 분야에 투자하며, 지난해 12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1조5788억원이다. 이 대표 외에 박성민 부대표와 박진수 부대표가 몸담고 있다. 두 부대표는 각각 엑셀시어캐피탈, 산업은행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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