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제동…최민희 "과방위가 밝혀낸 사실 밑거름"
[국회, 미디어를 묻다] 7개월 넘게 방통위원 임명 기다렸던 최민희 과방위원장
"과방위, 유례 없는 3회 방송장악 청문회와 3일 이진숙 청문회로 모든 노력"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김용욱 기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밝혀낸 수많은 사실이 이번 판결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26일 법원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 처분 효력을 본안소송 결과가 나온 뒤인 30일까지 정지한다고 밝히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한 말이다.
지난 6월7일부터 열린 22대 과방위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사흘씩 진행하고, 공영방송 이사선임을 강행한 2인 체제 이진숙 방통위가 어떤 절차적 하자를 갖고 이사선임을 했는지 실체를 밝히기 위해 대전MBC와 방통위 현장 검증을 포함해 방송장악 청문회도 3회에 걸쳐 집요하게 진행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2023년 3월30일 더불어민주당 몫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됐지만, 결격사유를 검토한다는 이유로 임명에 제동이 걸렸다. 법제처는 2014년 당시 민주당 몫이었던 고삼석 후보에 대한 결격사유 판단을 일주일 만에 내려놓고, 최민희 위원장의 경우 7개월 넘게 판단하지 않았다. “최민희를 임명 안 하면서 파행이 시작된 거예요.” 방통위 2인 체제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하는 최민희 위원장을 지난 23일 국회 본청 과방위원장실에서 만난 뒤 27일 추가로 질의를 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법원의 인용 결정을 듣고 어땠나.
“2인 구조 방통위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이제 2인으로는 어떤 결정도 못 한다는 게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원 결정문처럼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된 5인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역시 새로운 방송법으로 구성하도록 동참해야 한다.”
-3회에 거쳐 진행한 방송장악 청문회가 이뤄낸 성과라고 보나.
“3차례의 방송장악 청문회뿐만 아니라 22대 국회 시작부터 과방위는 현안 질의와 입법청문회, 유례없는 3일 인사청문회 등 방통위의 불법적 이사선임을 밝히기 위해 모든 의원과 보좌진들이 노력했다. 일각에선 '어차피 소용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법원 결정문에서 '임명 처분의 적법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처럼 과방위가 밝혀낸 수많은 사실이 이번 판결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방위원장으로서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최민희 의원은 2023년 3월30일 민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다. 법제처가 최민희 의원의 결격사유에 대해 7개월 넘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11월7일 후보를 자진 사퇴했다.
“고삼석 방통위원이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받은 적이 있다. 여야가 타협해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 (국회 본회의 찬반 투표를 거친 후) 당시 고삼석 후보를 법제처가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는데 일주일이 안 걸렸다. 그런데 제 경우는 7개월 넘게 법제처가 아무런 판단을 안 한 거다. 그래서 법제처가 왜 그랬는지 매우 궁금하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9월 법제처가 최민희 부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오보를 냈다. 법제처에 물어봤더니 그런 판단한 적 없다고 하더라. 동아일보는 정정보도 했다.”
-정말로 7개월 동안 법제처로부터 단 한 통의 연락도 받은 적이 없나.
“그렇다. 제가 원외였기 때문에 직접 (법제처에) 전화할 수도 없었고, 계속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당시 민주당의 방침은 방통위가 국가기관이니까 여야 3:2의 불리한 구조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최소한의 견제라도 하자. 그러려면 방통위를 잘 알고 방송 통신을 잘 아는 사람을 넣자는 취지였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시절(2006~2008년) 정청래 의원과 같이 방통위설치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가 방통위는 구석구석 잘 안다. 그래서 민주당은 저를 택한 거다. 계속 임명을 안 하는데, 우리가 알아서 최민희 후보를 뺄게. 다른 사람 추천할게.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계속 꼬였다. 방통위 파행을 민주당에 돌리는 건 적반하장이다. 최민희를 임명 안 하면서 파행이 시작된 거다.”
-최근 8월9일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에서 “2023년 11월7일 제가 그만두기 전, 여권 측으로 인식되는 인사로부터 여야 합의로 여야 추천 몫을 같이 (임명)하고 그리고 제가 얌전히 있어 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사실인가?
“맞다. 여야가 사실 협상하는 거다. 여야 지도부 간에 대화도 했고, 협상도 했을 거다. 제가 애걸해서 방통위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들러리 설 수밖에 없는 여야 3:2 구조로 들어가게 됐을 때 굉장히 고민했다. 결국은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들러리 아닌가. 내 인생의 오점이 아닐까? 깊이 고민하고 안 들어가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겠다고 마음먹었다. 홍익표 당시 원내대표를 만나서 타협하지 말라고 했다. 이동관은 탄핵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저도 후보를 그만뒀다. 당시 원내지도부와 상의하고, 이동관 탄핵을 방향으로 정하고, 그리고 그만둔 거다.”
-국민의힘은 줄곧 방통위 5인 체제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을 믿고 그러는 거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견강부회다. 본인들이 그렇게 주장하다가도 딱 하나 대답 못 하는 게 있다. 그럼 왜 법제처는 최민희가 부적격이라는 판단을 지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거냐. 반론을 못 하더라.”
-이진숙 위원장이 청문회 첫날인 7월24일 인사도 하지 않고 휙 돌아서 갔다.
“솔직히 말해도 되나? 속으로는 웃겼다. 왜 저렇게 하지? 아기같이?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불러세워서 인사하고 가라고 한 거다. 국회에 와서 저와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거다. 그다음에 출석한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또 인사를 안 하고 가더라. 그땐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다 같이 푸하하하하 웃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더라. 삐죽삐죽하더니 가더라. 김현 간사도 푸하하 웃고, 다 웃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진숙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역사관 관련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용산이 친일적으로 가고 있으니 풍향계를 맞춘 거다. 독립기념관장에 신친일파를 앉히고, 저항하는 광복회장에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말도 안 되는 굴레를 씌우는 걸 보니 이진숙 위원장은 대통령의 의중, 용산의 의중을 알고 있었고, 거기에 풍향계를 맞춘 거다. 그 자리에 가려니 '대통령이 저런 분인데, 위안부가 강제적이라고 말했다가 잘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 자격이 없는 거다.”
-7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새벽까지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진숙 후보가 당시 검증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특히 법인카드 문제. 그렇게 법카 쓰는 사람이 어딨나? 4400원을 자기 집 앞 파리바게트에서 아침에 쓰고서 업무용으로 썼다면 누가 믿겠나. 거짓 답변과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과방위의 모든 일은 위원들과 의논해서 결정하는데 다수 위원이 차수 변경해서 계속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셨다. 위원장 입장에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도 제가 먼저 나서서 더 하자고 하면 안 되지 않나. (웃음) 위원님들이 먼저 말씀하시니 흔쾌히 그렇게 결정할 수 있었다. 과방위는 전체적으로 기러기 편대가 죽 날아가듯이 날아가고 있다. 누구 한 명이 특출하게 뭘 하지 않는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도 다 같이 하는 거다.”
-기러기 편대라고 말했는데, 팀워크가 좋다는 뜻인가?
“특히 정동영 전 의장님이 정치적 순발력이 뛰어나서 순간순간 김현 간사에게 대화하고 결정한다. 김현 간사도 워낙 정당 활동을 오래 한 사람이라 과방위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저는 상대적으로 정당 경험보다 시민운동가 경험이 더 많다. 두 분의 정무적 판단을 매우 존중한다. 정동영 전 의장님이 아주 대단하시다. 역시 대권 후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저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웃음)”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선임을 강행했다.
“저는 탄핵을 유도하려고 저러나? 생각했다. 이진숙 당시 후보에게도 청문회 중 계속 질문했다.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선임을 할 거냐. 그리고 공개적으로 저희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또 미완의 2인 체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면 탄핵할 거라고 경고했는데, 임명되자마자 업무보고도 안 받고 해버렸다. 민주당의 많은 지지자는 이진숙 인사청문회 중에 이진숙을 탄핵하라는 요구했다. 그래서 제가 공개적으로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회는 행정부가 불법적 행위를 하면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사전탄핵이라는 건 그 단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회를 우습게 본다는 거다. 그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과 같다. 총선 민의를 배반하는 행동이다.”
-지난 2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진숙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퇴하지 않아서 얻을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겠죠.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이진숙 위원장은 야당이 본인을 탄핵할 거니까 이사선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게 말이 되나? 불법행위가 없는 이진숙 위원장을 무슨 근거로 탄핵하나? 미완의 2인(고삼석·김석진) 구조가 2017년에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방통위는 아무 결정도 안 했다. 그게 정상이다. 방통위법 정신은 5명이 돼야 중요 결정을 하라는 거다. 그런데 대통령 추천 몫 2명이 하면 독임제이지 합의제 행정 기구인가? 김홍일 전 위원장이 2인 구조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방통위에서 합의는 상임위원 간 합의라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 여야 간 합의다.”
-MBC 장악하기 위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한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이번 공영방송 이사선임의 가장 큰 문제는.
“2008년에 고등법원이 구 방송위원회와 관련된 재판을 했다. 어떤 판결을 하냐면 합의제의 생명은 심의 의결이다.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합의제 행정 기관의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이미 나와 있다. 가장 문제는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국회 나와서 답변할 때 토론 없이 투표로 7~8차례 투표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의 안 하고 결정했다. 이건 무효라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김태규 부위원장이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으면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점심 먹으면서 뭘 이야기했는지 속기록을 내야 한다. 이번에도 행정법원에서 속기록을 내라고 했는데 제출 안 했다더라. 83명의 응모자를 1시간35분 만에 심의 의결한 이 자체가 부실일 수밖에 없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태규 직무대행이 (절차 중 하나인) 국민 여론 수렴 결과를 안 봤다고 실토했다. 제대로 심사 안 하고 날림이었다는 걸 본인이 인정했다. 이사와 감사 중 정말 돼선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임무영 이사의 경우 이진숙 위원장 2023년 말까지 법률 대리인이었고, 스폰서 검사 의혹이 있다. 성보영 감사도 이진숙 위원장과 같은 경북대를 나왔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전부 몰랐다고 했다. 김동률 이사는 서강대 교수인데, 이진숙 위원장이 서강대 대학원 과정을 두 개나 밟았다. 정당 경력을 조회하게 돼 있는데, 3년이 지나야 공영방송 이사를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당적 조회를 안 해줬다.”
-이후 국회 과방위가 지난 6일 방통위 현장 검증을 갔다. 당시 김태규 위원장이 “질문할 자세를 갖췄나? 수십 명 끌고 와서”라고 발언했다.
“그분도 매우 독특하다. 국무위원급 인사가 국회의원 앞에서 그렇게 하는 걸 처음 봤다.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방송도 잘 모르고 통신도 잘 모르는 문외한이 오직 대통령과의 어떤 관계로 인해 권익위 부위원장도 하고 공수처장의 강력한 후보도 됐다가 이게 무슨 자리 쇼핑도 아니고 방통위 부위원장이 됐으니 할 게 정치 투쟁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정파로부터 독립이 요구되는 방통위원 자리에 '민주당 스피커' 역할을 했던 민언련 출신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 않습니까. 이는 상징성이 굉장히 큽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를 전면에 보여준 거예요. 보수에서는 최민희 전 의원을 능가할 정도의 투사가 필요한 겁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더 할 말이 없다. 저는 민언련 활동한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다. 국회의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1974년, 1975년 박정희 군부독재의 긴급조치로 인한 언론 말살로 인해 조선·동아 기자들이 해직되면서 조선투위 동아투위를 만든다. 그게 민언련의 효시다. 민언련의 역사는 1975년부터 시작된 거고, 단 한 번도 언론 정상화, 언론 민주화의 기치를 내린 적이 없다. 그런 해직 기자 선배들이 만든 말지 1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게 제 인생의 영광이다. 그 이후는 민언련 활동을 연장해서 장을 바꿔가면서 했을 뿐이다. 저를 오히려 인정해주는 것 같다. 자리나 밝히는 보수 쪽 인사가 있다면 그런 사람과 저를 섞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가 TBS 출연금 폐지, KBS 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작업을 진행했다. MBC마저 장악되면 어떻게 될까.
“MBC 장악으로 방송장악을 마무리하고, 지지율을 40%로 올려서 정권 재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정부는 방송장악을 정권의 지지율을 좀 높인다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 뉴라이트가 생기고, 뉴라이트와 일부 MB계 정치인 중 친일적인 사람들이 결합하면서 목표가 단지 정권 유지를 위한 지지율 상승이 아니라고 본다. 1단계 공영방송 장악 및 공영방송 민영화 계획, 2단계 공영방송 민영화를 통한 의제의 보수화와 친일화, EBS를 통해 친일 교육을 전파하려는 것 같다. 3단계 (일본) 자민당 체제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이다. 뉴라이트가 숨어서 암약하다가 이 정권 들어서 공직으로 진출해서 친일적 사고를 보편화시키고 독립운동 사상을 말살하려는 음모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것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민과 뉴라이트 신친일파 간의 격돌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근본적인 이유는 뭐냐. 윤석열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비전도 없고 뭣도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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