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만리장성’과 정면승부 벼르는 ‘블로퀸’ 양효진의 새 도전 “자신 있지만, 자만은 하지 않겠다”
2024~2025시즌 여자 프로배구 V리그에서 가장 격전장으로 예상되는 포지션은 미들블로커다.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장신 선수들이 대거 V리그에 선다. V리그에 데뷔하는 중국 장위(페퍼저축은행), 황루이레이(흥국생명)는 196㎝의 장신이다.
1989년생의 나이에도 V리그에서 ‘블로퀸’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노장’ 양효진(현대건설)은 이들의 거센 도전과 맞서야 한다.
27일 전지훈련 중인 일본 오카자키에서 공동취재단과 만난 양효진은 “일단 상대를 떠나서 나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고, 우리 팀의 균형이 조금 더 잘 맞춰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들 포지션에서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문제없다. 자신은 있지만, 자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양효진은 데뷔 18번째 시즌을 준비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양효진은 새 시즌에도 팀 우승 도전의 열쇠다.
양효진은 달콤한 성공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해보니 절실히 원하는 걸 얻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한 번 해보니 또 하고 싶은 것이 우승이더라. 일본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 시즌도 통합 2연패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이어 “통합 우승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단지 우승이라는 걸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다”며 “통합 우승을, 그것도 13년 만에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이번엔 감회가 많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양효진은 강력한 도전자들의 등장 속에 키(189㎝)와 체력의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미들’을 지켜내겠다는 양효진의 각오는 더 단단해진 듯하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코트에 섰던 양효진은 “몸 상태는 현재도 100%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며 “내가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18년 동안 썼기 때문에 그냥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새 시즌 명확해진 도전 의식은 그동안 자주 언급한 ‘은퇴’를 지운 동기부여가 된다. 양효진은 “몇 년 전부터 은퇴에 관해 고민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생각을 바꿨다. 이제 1년, 1년만 보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는 ‘이번 시즌만 잘 버티고 잘해보자’ 이렇게 생각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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