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농사꾼 시인' 박진희 "자연의 품에 안기니 시가 풀풀 샘솟네요"
서울올림픽 전후 미국서 1년간 생활
전남 영광 백수 정착..11년째 전원생활
"인생이 녹아든 농익은 시, 쓰고 싶어"
[남·별·이]'농사꾼 시인' 박진희 "자연의 품에 안기니 시가 풀풀 샘솟네요"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농촌에 들어와 살면서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시를 쓰기로 했죠. 시를 쓰면서부터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즐겁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 후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정착해 11년째 전원생활을 하는 박진희 시인.
◇ 고등학생 때 문학과 멀어져
학교 졸업 후에는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 통신기계설비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전화 교환방식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게 되자 연수차 미국에 파견됐습니다.
그리고 워싱턴DC에 있는 MCI라는 회사에서 1년간 머물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회사에 복귀했습니다.
박 시인은 "미국에 있는 동안 영어가 짧아 식당에서 주문을 잘못해 웃지 못할 해프닝을 많이 경험했다"며 "한국에 돌아오니 살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10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회사를 옮긴 후 전남대병원을 끝으로 퇴직한 박 시인은 평소 로망이었던 농사일을 경험하고 싶어 영광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는 "원래 광주 근교인 담양이나 나주를 물색하고 있었으나 때마침 영광 백수읍에 마음에 드는 농가주택이 나와 결정했다"며 "농촌에 살아보니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 숲해설사·문화해설사 활동
한때 문화해설사도 했지만 지금은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오로지 시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정형택 시인(전 전남문인협회장)과 박덕은 시인(전 전남대 교수)으로부터 각각 주 1회 시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 중 정형택 시인은 영광 불갑사 앞에 살고 있어 종종 만나 문학을 비롯 많은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불갑사 입구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도 함께해 박 시인의 품성과 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 '문학공간'에 시, '문학춘추'에 수필 당선
박 시인은 '문학공간'에 시, '문학춘추'에 수필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첫 시집 '나른한 정원'(도서출판 한림刊)을 출간했습니다.
시의 소재는 꽃과 풀, 나무 등 주로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영광 백수 전원생활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노래했습니다.
여기에다 칠산바다, 백수해안도로 등 영광의 명소를 아울러 모두 74편의 시를 엮었습니다.
또한 한문 투의 단어보다는 정감 어린 순우리말을 시어로 즐겨 사용합니다.
칠산바다 새벽노을 마실 나왔나
생가슴 태워 꽃바다 된 불갑산
꽃 입술에 묻은 수줍음 한 잎
산굽이 너머 임 향 지운
그 임 오시려나
..
그늘 비낀 한 줌 햇살 모아
서럽게 피는 꽃 한 송이
화르르화르르 속 타는 불갑사
일주문 밖 서성이다 지친 꽃무릇
오늘도 고개 쭈욱 빼고 서 있다.
◇ "시는 함축미가 있어서 좋다"
시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시인은 "수필과 달리 함축미가 있어서 좋다"며, "앞으로 인생이 녹아든 농익은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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