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투자자 크게 실망"
금감원 두산에 2차 정정요구 이어 원장도 거듭 강한 언급
금융감독원이 두산그룹의 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 관련 증권신고서를 다시 내라고 요구한 가운데 이복현 원장이 또한번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두산그룹을 겨냥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했다'는 표현을 썼다. 두산그룹 합병 겨냥 "국내외 투자자 크게 실망"
금융감독원은 28일 오전 이복현 원장 주재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두산그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발언이 나오게 된 정황을 볼 때 사실상 두산 지배구조 개편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역행하는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1일 기업지배구조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에서도 일부 회사들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는데 안타까움 표명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26일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간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대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번째 정정요구를 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심도 깊고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 충실의무 강화 필요성 공감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사 충실의무 강화 관련, 연구기관별 입장이 중점적으로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자(총수)가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본인의 사적 이익에 충성하는 구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경제 장치 강화,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사후적 책임추궁 강화 등의 주주 중심 거버넌스 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규 한국ESG기준원 센터장은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고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제정해 상장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등 지배구조 개혁을 해왔다"며 "일본 사례처럼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의 기본 틀 변경 없이 일관되고 안정적인 시그널을 지속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밸류업 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할 필요가 있고 경영진,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거버넌스 교육 프로그램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은 "기업은 이사 및 이사회 평가 도입을 통해 이사회 밸류업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는 직무수행 상 중요요소이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취지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의 충실의무는 상장회사가 주 대상이므로 상장회사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상법 일반조항이 아닌 상법 상장회사 특례조항이나 자본시장법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 충실의무 부정적 입장도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이사와 주주 간 법적 위임관계가 없어 현행 법체계상 인정하기 어렵다"며 "일본도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정하고 있고 합병 등에 대한 주주보호는 개별적 지침(M&A 지침) 등으로 규범을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은 "이사 충실의무는 기업 경영활동 위축과 경영권 공격세력의 악용 가능성이 있어 현행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온균 삼일PWC거버넌스센터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경영 불확실성 가중, 소속 남발 등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사 면책·무분별한 소송 최소화를 위한 보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며 "대안으로 사안별 개별 규정 제·개정 접근방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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